토픽 부정행위 8개월 새 484명…대리시험 걸리면 5년 퇴출키로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9.29 12:00
한국어능력시험(TOPIK) 국내·외 부정행위 적발·처분 현황/그래픽=이지혜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부정행위 적발 인원이 6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8개월 만에 480명을 돌파했다. 인공지능(AI) 기기를 이용한 신종 부정행위는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중대한 부정행위가 적발됐을 때 자격정지 기간을 늘리고 허용 신분증도 대폭 축소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29일 교육부의 '토픽 개편 및 시행 확대 방안'에 따르면 현재 대리시험을 치르다 적발된 응시자에게 부과하는 최고 제재인 '응시자격 4년 정지'는 관련 규정 정비를 거쳐 5년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최고 수준의 제재는 지금까지 대리시험에만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시험지·답안 유출이나 신분증·서류 위조 행위에도 확대 적용한다.

토픽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국가 공인 한국어능력시험이다. 1997년 도입된 후 외국인의 한국 유학, 체류자격 취득, 국내·외 취업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험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에서 치러진다.

교육부는 부정행위를 통해 취득한 토픽 성적을 대학 입학 등에 이용할 경우 대학이 입학·졸업을 취소하거나 장학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평가에서는 토픽 중대 부정행위자의 성적을 대학별 유학생 공인 언어능력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는 교육부가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다. 인증대학으로 선정되면 외국인 유학생이 비자를 발급할 때 심사 절차가 완화되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정행위 유형별 대응책도 한층 촘촘해진다. 대리시험을 차단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는 허용 신분증을 실물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제한한다. 그동안 응시자의 편의를 고려해 체류허가 신청확인서, 사증발급확인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확인서, 모바일 신분증 등도 신분 확인에 활용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AI 안경과 초소형 이어폰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에도 대응 수위를 높인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블루투스·와이파이 등 무선 신호를 탐지하는 전파탐지기를 모든 국내·외 시험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전파탐지기는 올해 1월 국내 시험장에 먼저 도입됐는데 국외 시험장으로도 확대하는 조치다.

국가 간 시차를 이용한 문제 유출도 차단한다. 내년부터는 같은 회차 시험이라도 국가·지역별 시험일과 시간대에 따라 서로 다른 문항을 출제한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문제의 시험이 여러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먼저 시험을 본 응시자가 뒤늦게 시험을 치르는 국가의 수험생에게 문제를 전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교육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토픽 부정행위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올해 8월까지 적발된 부정행위자는 국내 368명, 국외 116명 등 모두 484명이다. 이 가운데 대리응시 또는 대리응시를 의뢰해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은 인원은 18명이다. 지난해 적발 인원도 606명으로 전년(469명)보다 29.2% 증가했다.

특히 AI 기술을 악용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8월까지 AI 번역·작문 기능이 탑재된 기기나 위장형 녹음·촬영장비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된 응시자는 6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30명)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규모다.

토픽 응시 수요가 커진 것이 부정행위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9월까지 토픽 지원자는 56만4606명으로, 지난해 연간 지원자(56만6665명)에 근접했다. 2021년 33만16명이던 지원자는 최근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시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현재 85개인 국내 시험장은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린다. 지금까지는 방송시설과 단일 출입문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대학 위주로 시험장을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고등학교에도 시험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기관과 기업, 이주배경 청소년이 많이 재학하는 학교에도 단체 응시가 가능한 시험장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2029년부터는 AI 기반 시험 체계로 전환한다. 문제은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등급별 문항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국인의 쓰기·말하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문제도 채점하도록 한다. 다만 AI가 1차 채점을 수행하더라도 최종 평가는 전문 채점위원이 검증해 공정성을 확보한다. 자택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응시하는 '토픽 홈테스트'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토픽은 한국에 오는 해외 인재들의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라며 "AI 기술을 도입하고 시험 시행을 보다 선진화해 국제적으로 한국어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뒷받침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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