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치약튜브는 내가 만든다"…우리 곁의 히든챔피언들

이현수 기자
2015.03.20 05:56

[the300][런치리포트:'히든챔피언, 히든 리스크'④]눈에띄는 국내외 '히든챔피언'

"당신이 뉴욕에서 오페라를 구경하고 있든,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 앉아 있든,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 앉아 있든, 그 곳의 무대 극장막은 '게리츠(Gerriets)'에서 만든 것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지몬(Hermann Simon) 교수가 자신의 저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에서 소개한 기업 '게리츠'다. '엄청나게 큰 극장막'을 생산하는 곳은 세계에서 게리츠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시장 점유율 100%를 자랑한다는 게 지몬 교수의 설명이다.

지몬 교수가 제시한 히든챔피언의 조건은 게리츠와 같이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동시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 △매출액이 40억 달러 이하인 기업이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운 세계적 기업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몬 교수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세계 2734개의 히든챔피언 중 독일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1307개다. 게리츠 외에도 쌍둥이칼로 유명한 헹켈(Henckels), 애완동물 목줄업체 플렉시(Flexi), 압정업체 고차크(Gottschalk), 180년 전통의 종이회사 그문트(Gmund), 가전업체 밀레(Miele) 등이 이에 속한다.

1731년 창립한 헹켈은 300년 가까이 '주방용 칼'이라는 한 가지 제품에만 집중해,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명품업체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다듬어진 합금과 열처리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평정한 예다. 플렉시는 애완용 목줄 부문에서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고차크는 하루 1200만개 압정을 생산해 300개 브랜드로 수출한다.

독일 외에도 영국에는 위조화폐 방지 보안종이 업체인 '드라뤼( De La Rue)'가 있는데, 150개 국가가 드라뤼의 제품을 이용해 화폐를 만든다. 인도의 치약튜브 회사인 '에셀프로팩(Essel Propack)'은 전 세계 45개의 공장을 두고, 세계시장 점유율 33%에 달하는 튜브를 생산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히든챔피언은 독일의 50분의 1수준인 23개에 불과해, 일본(220개), 중국(68개)보다도 뒤처진다. 모두 제조업체로, 헤어기기 업체인 유닉스전자, 절삭공구회사 YG-1, 오토바이 헬맷업체 HJC, 오토바이 경기복 제조업체 한일, 완구회사 오로라월드, 40년간 손톱깎이를 만들어 온 쓰리세븐 등이 대표적이다.

1978년 만들어진 유닉스전자는 머리카락에 웨이브를 넣는 고데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연간 400만개 헤어드라이어를 북미 시장에 수출할 정도로 독보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YG-1은 기계부품 절삭공구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4%를 차지하는 등 선두권에 들어있다.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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