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입법보고서···참극의 13계단, 지금은?

박소연 기자
2015.04.16 05:54

[the300-탐사리포트][세월호 1년…못 다한 숙제 ③]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지 꼭 1년. 이후 '국가 대개조' 수준의 수많은 법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만약 지금이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세월호의 구입부터 침몰, 구조와 수색에 이르는 13단계에 걸쳐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이후 법 제도 개선으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게 됐는지 점검해봤다.

1. 구입

2012년 10월 어느 날, 이준석 선장은 대한해협에 있었다. 청해진해운 소속의 이 선장은 일본에서 폐선 직전의 18년 된 고철 선박 하나를 직접 운항해 한국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이름은 '나미노우에호'. 회사가 일본의 한 상사를 통해 이 배를 사면서 준 돈은 고작 116억원. 새 선박을 사는 돈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회사 내에서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사장의 지시는 단 한가지였다. "무조건 제일 싼 걸로 사와라".

아무리 싸더라도 선령 제한이 20년으로 묶여있던 4년 전이었다면 2년 쓰자고 18년 된 배를 사들일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해운법 시행규칙상 규제를 풀어주면서 선령 제한이 최대 30년으로 늘어났다.

당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0년으로 획일화된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완화하면 기업들의 비용이 연간 200억원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청해진해운만 봐도 달랑 16억원만 내고 산업은행에서 100억원을 대출받아 이 배를 샀다.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사자마자 폐선해야 했을텐데···

→ (이하: 이후 제도 개선 현황) 앞으로는 아무리 싼값이라도 20년 가까이 된 노후 여객선을 사들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부터 선령제한이 25년으로 낮춰져 20년 가까이 된 대형 선박을 사들여 봐야 고작 5년 정도 밖에 쓸 수 없다. 25년 넘은 배를 운항할 경우 과징금이 최대 10억원 부과된다.

그러나 유람선과 도선의 경우 당장은 노후에 따른 위험을 막을 수 없다. '유선 및 도선 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1년 유예기간이 있는데다 현재 영업 중인 유·도선에 선령 제한이 적용되기까지는 8년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2. 증축

"뚝딱 뚝딱". 2012년 12월 전남 목포의 한 조선소. 선박 개조 작업이 한창이다. 두달 전 일본에서 들여온 '나미노우에호'다. 개조 후 선박은 '세월호'로 이름을 바꿔단다. 개조 작업의 핵심은 선미 쪽 4층을 늘리고 5층을 추가하는 것. 이렇게 되면 승선 정원이 840명에서 956명으로 늘어난다. 무게도 200톤 넘게 추가된다.

여객선으로 쓸 배를 이렇게 개조하려면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선박안전법상 선박의 길이·너비·깊이 또는 용도를 바꾸려면 해양수산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높이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문제는 배가 높아지면 무게중심이 올라가면서 전복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개조 작업을 맡은 조선소 직원들도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게다가 18년이나 된 배 아닌가? 하지만 이런 우려는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우리가 알 바 아니지' 하는 생각에 묻혔다.

→ 무리한 증축에 따른 침몰 위험 등은 줄었다. 지난해 1월 '선박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증축하거나 선박을 개조할 때 '복원성 기준'을 추가로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안전 점검 통과

2013년 1월 전남 목포, '세월호'에 대한 검사를 마친 한국선급 직원은 못내 기분이 께름칙했다. 복원성 계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객실 증축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높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 상태로 운항하면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고 청해진해운이라는 대형 여객 해운사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생각하면 불합격 판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선급은 선박안전법상 정부로부터 '선박 검사업무'를 위임받았지만, 그렇다고 정부는 아니다. 공무원처럼 마음 놓고 '불합격' 판정을 내릴 수는 없다.

한국선급 직원은 결국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켜주되 조건을 달았다. 화물과 여객의 무게는 기존 2525톤에서 1070톤으로 줄이고, 균형을 위해 배 밑바닥에 채우는 평형수(Balance Water)도 종전 307톤에서 1700톤으로 늘린다는 것. 청해진해운이 운항시 이 같은 조건을 지킬지 여부는 '내 알 바 아니다'였다.

→ 앞으로는 해운사와 한국선급, 정부 간의 유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일명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들이 한국선급이나 해운조합 등에 재취업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4. 수학여행 출발

2014년 4월15일 오후 6시 인천 연안터미널, 버스에서 내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눈에 커다란 배 한척이 들어왔다. "우리 저거 타는 거야?" "진짜 크다" A양과 친구들은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었다. "그런데 안개가 장난 아닌데? 이러다 혹시 못 가는 거 아냐?" "야 그런 소리 하지마!"

아니다 다를까. 이내 담임선생님이 오더니 "안개 때문에 출발이 조금 늦어질 것 같대. 먼저 가서 저녁부터 먹자". 저녁을 먹으면서도 10개반 300여명의 학생들은 "정말 이러다 수학여행 못 가면 어쩌지···" 걱정이 컸다.

이렇게 2시간반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때도 학교 차원에서 별도의 안전교육은 없었다. 당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교육활동 참여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 수학여행 등에 대한 안전교육 의무는 두지 않고 있었다.

→ 앞으로 학교에서 야외활동시 안전교육이 강화된다. 지난해 12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학교안전교육 대상이 교내활동에서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활동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학교장은 학생들에게 평소 수학여행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구체적인 안전지침 등 예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5. 화물 선적 및 평형수 주입

오후 6시10분,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상무 김모씨는 김한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오늘 화물이 좀 많이 실렸습니다. 이번에도 복원성에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사장은 이 보고를 간단히 묵살했다. 가뜩이나 적자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제 발로 찾아온 화물들까지 내칠 수는 없었다. '그동안에도 별 문제 없었잖아'라는 생각은 하루이틀 해 온게 아니었다.

이날 세월호에 실린 차량 등 화물은 3608톤. 적재한도(987톤)의 3배가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복원성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평형수를 더 넣어야 했지만, 오히려 평형수는 권고량인 약 4분의 1인 580톤만 넣었다. 배 전체 무게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출항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경 여객선 안전관리 지침상 출항 전 여객선 안전점검 보고서, 승선 인원, 차량·화물량 등을 해운조합 지부가 운영하는 운항관리실에 보고하고 확인을 받아야 하지만 김 사장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해운조합은 어차피 선사들이 낸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 아닌가.

→ 앞으로는 출항 전 선적화물과 평형수 등에 대한 안전점검이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해 오는 7월부터 운항관리실의 소속이 기존 해운조합에서 독립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바뀌었다.

6. 출항 허가

오후 6시20분, 세월호 3등 항해사 박모씨(25·여)는 이날도 평소처럼 인천 여객터미널 운항관리실을 찾아가 '안전점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화물 657톤·차량 150대, 화물 적재 및 구명 설비 양호'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는 1157톤의 화물과 차량 180대가 실려 있었지만, 어차피 확인도 안 했으니 그땐 알지 못했다. 숫자는 대충 지어서 냈다. 처음 일을 배울 때부터 선배들은 "다 양호하다고 적으면 된다"고 가르쳤다. 보고서 명의는 '선장 이준석'. 하지만 이준석은 이 보고서에는 손도 안 댔다.

운항관리자는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줬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보고 내용에 대해 확인 작업은 없었다. 해운법상 운항관리자는 여객선 출항 전 정원 초과, 과적, 화물 고정 여부 등 운항관리 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어떤 벌칙을 받는지에 대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운항관리자는 "지금 안개가 심하니 일단 좀 기다려다"고만 했다. 밤 8시35분 안개 시정주의보 해제되자 '출항 허가'가 떨어졌다. 밤 9시 세월호는 그렇게 돌아오지 못할 항해를 떠났다.

→ 앞으로는 운항관리자가 출항 전 엉터리 안전점검 보고서를 받아주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운항관리자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이 신설됐다.

7. 맹골수도 항로 설정

4월16일 오전 7시30분 세월호 조타실. 베테랑 조타수 조모씨(55세)는 이날따라 왠지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그 악명 높은 '맹골수도'에 들어선다.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두번째로 세다는 곳. 게다가 지금 조타실에는 선장도 없다. 선장 대신 조타 지휘를 맡고 있는 사람은 조씨의 딸 뻘인 20대 중반의 신참 3등 항해사다.

다른 배였다면 베테랑 조씨에게 맹골수도 정도야 문제가 아니지만 세월호는 다르다. 20년이나 된데다 화물은 규정보다 많이 싣고 평형수는 턱없이 부족한 배 아닌가. 항로를 바꾸는 변침 때 조심하지 않으면 맹골수도의 거센 조류 때문에 자칫하면 키가 말을 듣지 않고 배가 쓰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배로 매번 맹골수도를 지나는 거야?"

사실 정부도 인천-제주 간 운항 때 맹골수로 운항을 자제하고 진도 남쪽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권고하고 있다. 항로표지의 기능 및 규격에 관한 기준이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청해진해운이 위험하지만 짧은 항로인 맹골수로를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다.

→ 지금은 선박이 맹골수도와 같은 위험지역을 지날 때 실시간 조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회에 계류돼있던 '항로표지법 개정안'이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고발생 우려 해역에 특수신호표지 설치와 정보제공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해사안전법상 위험지역 항로에 대한 지정은 여전히 권고사항일 뿐 강제할 수는 없다.

8. 3등 항해사 운항

오전 8시48분. 세월호의 조타수 지휘를 맡고 있는 사람은 3등 항해사 박모씨.

세월호에 오른 지 불과 4개월. 아직도 초년병인 박씨에게 조타수 지휘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게다가 지금 지나고 있는 곳은 공포의 '맹골수도'. 문제는 여기서 변침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당연히 조타실은 지켜야 할 선장은 자리에 없었다.

근무표상 맹골수도에서는 선장이 직접 지휘를 맡아야 했다. 그런데도 박씨가 이때 조타 지휘를 맡은 것은 출항이 2시간반 늦춰졌음에도 근무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원법상 선장은 선박이 맹골수도처럼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처럼 위험이 우려될 때 직접 조종을 지휘하거나 1등 항해사 등에게 지휘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이를 어겨도 선장에 대한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뿐이다.

제주 쪽으로 변침만 하면 한숨 돌릴 수 있는 시점.

박씨는 조타수에게 변침을 지시했다. "어, 어, 어" 그 순간 갑자기 조타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배가 순식간에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쾅, 쾅" 화물들이 쏠리면서 곳곳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배는 금방이라도 전복될 것 같았다. 박씨의 머릿속은 하얘져 갔다.

→ 맹골수도와 같은 위험지역에서 선장이 아닌 3등 항해사 등이 조타 지휘를 맡는 것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된다. 지금은 벌금 500만원 수준이지만지난해 12월 '선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9. VTS 교신

오전 8시55분 제주VTS 관제사는 세월호의 교신을 받고 깜짝 놀랐다. 예정대로라면 인천에서 제주 앞바다에 있어야 할 배가 아직도 진도 인근에 있는 게 이상했다. 더 심각한 건 배가 기울어 가라앉다는 교신 내용.

제주VTS 관제사는 진도 관제구역을 담당하는 진도VTS에 알리는 대신 제주해경에 먼저 연락했다. 해수부 관할인 제주VTS와 달리 진도 VTS는 해경 관할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경을 거쳐 진도VTS로 세월호 침몰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오전 9시6분.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뒤 18분, 제주VTS와 교신한 뒤 11분이 지난 뒤였다.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 11분은 그렇게 날아갔다.

→ 이제는 VTS 간 교신과 협조가 한층 원활해졌다. 지난해 11월 '해사안전법 시행령' 개정으로 해수부와 해경이 나눠 운영하던 VTS가 국민안전처 해경안전본부로 일원화됐다.

10. 청해진해운과 통화

오전 9시1분 세월호 승무직 매니저는 청해진해운 인천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배에 이상이 생기면 선박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본사 해무팀에 연락해야 한다는 운항관리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본사는 뚜렷한 지시가 없었다.

오전 9시3분. 이번엔 본사 해무팀 직원이 선장 이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부터 청해진해운은 이준석, 1등 항해사와 5차례나 전화를 주고받았다. 주된 통화 내용은 승객의 안전이 아닌 화물의 피해였다.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박 사고로 화물주에게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경우 선주의 피해배상을 일정액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선장 등이 퇴선 명령을 지나치게 빨리 내렸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선사의 책임 제한이 인정되지 않아 선사가 부담을 져야할 수 있다. 청해진해운에서는 첫 통화 후 30분이 지나도록 승객 퇴선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

→ 이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은 2009년 이후 그대로다. 여전히 선장이 승객 안전을 위해 퇴선 명령을 일찍 내릴 경우 화물주에 대한 경제적 피해배상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관련 개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11. 선장 탈출

오전 9시40분 선장 이준석은 해경 구조선이 좌현에 도착한 했다는 말을 들었다. 제복을 벗고 사복 바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빨리 빨리"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속옷 차림으로 좌현 갑판으로 나왔지만 창피함을 느끼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제 자리에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갑판에서 구조선을 기다리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옆에 구명조끼를 입은 젊은 여성이 있었지만 이준석의 관심 밖이었다. 이준석은 가장 먼저 구조선에 올라타고 배를 빠져나왔다. 선원법상 선장이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일흔을 바라보는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생존본능' 뿐이었다.

거의 선원들로 채워진 구조선이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준석은 탈출 전 챙긴 지갑을 꺼내봤다. 지폐는 젖었지만 찢어지진 않았다. 이준석은 젖은 돈을 말렸다.

→지난해 12월 '선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선장은 위기상황에서 인명구조 조치를 다하기 전까지 선박을 떠나는 것이 금지됐다. 또 선장이 인명구조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고 선박을 떠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이종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됐다.

12. 민간 잠수부 투입 혼선

4월17일 오전 8시, 전남 진도 팽목항에 갓 도착한 산업잠수사 B씨의 눈에 구름떼와 같은 인파가 들어왔다.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300명에 가까운 사람이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B씨였다. 이미 현장에서 대기 중인 민간 잠수사만 30명이 넘었다. 구조 작업에 자원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지만 해경은 "일단 기다리라"고만 했다. 아직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보다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나섰다. 경비정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출발하는 해경에 부탁해 자리를 내달라고 한 뒤 이를 민간 잠수사들에게 이를 양보했다. 덕분에 B씨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 6명이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쓸 수 없는 장비가 없었다. 해경의 한 간부는 B씨에게 "자격증은 있느냐"고 물었다. 산업잠수사 자격증이 있고 경력은 15년쯤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간부는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좀 기다려라"고만 했다.

201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민관협력위원회가 설치됐다. 대규모 재난시 민간 부문의 구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체적 기능과 역할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바람에 상위 소관기관 간 협력 방식 등에 대한 사항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앞으로 재난발생시 민간잠수부 투입과 관련해 과거와 같은 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의 세부기능이 법적으로 명시돼 인적·물적 자원 동원과 인명구조, 피해복구 등에서의 민관 협력이 한층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13. 지휘체계 혼란

"내 딸 아니잖아. 내 딸 아냐". 4월18일 오전 8시 경기도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 단원고 2학년 딸을 둔 김씨의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씨는 "경황이 없어 내 딸인 줄 알고 진도에서 올라왔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해경이 발표한 사망자 명단의 오류였다. 중앙사고대책본부의 피해자 집계 혼선은 사고 발생 후 한달 넘도록 이어졌다.

사고 수습의 기본인 정보 파악에서부터 혼선이 끊이질 않는 것은 명확한 '콘트롤타워'의 부재를 말해준다. 당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평시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재난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양 사고는 해경이 지휘 책임을 맡았다. 여기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까지 꾸려지면서 지휘체계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시행으로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에 분산돼 있던 재난안전 콘트롤타워가 국민안전처로 통합됐다. 그러나 매뉴얼로 정해진 통합 지휘체계가 실제 재난 상황에서 원활하게 작동되려면 평상시 꾸준한 실행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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