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지역구의원 유승민, 대구의 미래, 헌법 1조

대구=김태은 기자
2015.10.18 18:35

[the300]보수개혁 메시지, 공천룰에 갖힐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대구 율하체육공원에서 열린 대구 동구 '어울림한마당'에 참석했다.

지역구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대구 동구 최대의 행사인 '어울림한마당'이 열리는 대구 율하체육공원에 나타난 유승민 의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지역민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느라 숨돌림 짬도 없었습니다.

행사 부스에서 부침개를 부치느라 손이 지저분하다고 악수를 주저하는 아주머니들의 손도 덥썩덥썩 잡으며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동구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전국적 유명세를 떨친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팬을 자처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환영받는 모습에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탈락의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전날 대구 계산성당 강연에서 "공천받을 것이라 100% 확신한다"는 그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청와대의 '대구 물갈이'설로 유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도 행사장에 나타났습니다. 그 역시 부지런히 지역민들을 만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유 의원에 비해서는 강도가 약해보였습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도 "바닥 민심은 확실하다. 이재만 전 구청장도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실감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 출마하더라도 동구을이 아닌 동구갑으로 출마하지 않겠느냐"고 짐짓 여유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느끼는 공천 가능성은 다소 다른가 봅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주민들 대부분은 유 의원에 대한 호감을 공공연히 나타내면서도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향방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길 주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전략공천으로 인한 공천 탈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 모두 잘 알고 지낸다는 한 지역 유지는 "유 의원이 대통령에게 '대들었다'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원내대표로서 자신의 정치 소신을 펼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역성을 들면서도 "공천 문제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친박들이 상향식 공천을 하도록 내버려 두겠느냐"며 "대통령이 저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공천을 100% 확신하진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 역시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장하는 안심번호 방식을 통해 여론조사 비율을 확대하는 상향식 공천을 거들고 나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더구나 유 의원은 자신의 공천 뿐 아니라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배신자로 찍힌 대구 초선 의원들도 외면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계산성당에서 "대구가 보수개혁의 주체가 돼 달라"란 그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해보입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한 박 대통령에 맞서 박 대통령 이후 미래를 생각해 자신을 도와달라는 말로 들립니다.

분명 보수정권 탄생의 주역이란 자부심을 '수구꼴통'으로 매도당해야 했던 대구 시민들의 약한 점을 파고드는 점이 있습니다. '언제까지 박 대통령만 붙들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민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 40대 대구 남성은 "아무리 대구가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유승민도 허주 김윤환 이후로 대구에서 배출한 거물 정치인인데 대구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해서 키워줄 필요가 있다"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찍어줄 거다"고 합니다.

이는 그를 단순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닌 '대구의 미래'로 생각하는 여론을 대변합니다.

문제는 유 의원이 단순히 '대구의 미래'로 자신의 가능성을 좁힐 경우입니다. 그는 물론 여전히 '따뜻한 보수', 새로운 보수의 방향을 이야기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공천룰과 대구 물갈이에 초점을 맞춘 요즘 그의 행보는 그의 메시지가 대구 지역 내에서만 맴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 유승민은 뭐래?"라고 묻는 한 수도권 유권자의 질문은 유승민이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조금 다른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원내대표직 사퇴 회견에서 언급한 '헌법 제1조 1항'이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느냐, 유지하지 못하느냐와 상관없이 민주주의와 국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인의 출현을 향한 기대였기 때문일 겁니다.

향후 벌어질 공천전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 의원이 국회의원직과 상관없이 '대구의 미래'를 넘어선 보수개혁을 말할 수 있는 정치행보를 보여줄 때 국민들은 또다시 유 의원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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