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의 가혹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의 선처 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국방부는 19일 이같이 폭행 등을 일으킨 장병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징계를 엄격한 기준에 의해 처리하는 내용을 담은 군형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군 부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를 통해 폭행 사실 등을 무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015년 6월 30일, 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 군형법상 별도의 범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군형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현행 군형법에는 상관, 초병, 직무수행 중인 군인에 대한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별도로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한 군인에 대한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일반형법을 적용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군인 상호 간 폭행·협박은 창군이래 지속돼 온 악·폐습임에도 현행법 체계 하에서 제대로 근절되지 못하고, 이런 병영 내 악·폐습은 피해자의 사망이나 자살 등 제2차 병영사고로 이어졌다.
이는 군 기강 문란을 초래하는 등 국민에 대한 군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처벌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만 맡겨 둘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또한 병영 내 폭행·협박은 상습적·지속적으로 이뤄져 흉악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사고 합의 과정에서 간부들의 관여로 진정성 있는 합의를 통한 분쟁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해 처벌할 수 있도록 군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국방부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4년 12월 28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도 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 근절, 장병 인권보장을 위해 '영내 폭행죄' 신설을 권고한 바 있고, 2015년 6월 17일 군 출신인 백군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 입법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군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군인의 기본권 제한과 전과자 양산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별도의 가중처벌 없이 군사기지 등 병영 내에서 폭행·협박한 경우에 한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하는 것으로 최종 의결됐다.
따라서 부대 밖에서 휴가 중에 군인 상호 간 폭행·협박한 경우에는 현재와 같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
아울러 국방부는 최근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개정해 주요 비위사건 징계처리 기준의 하나로 '영내 폭행·가혹행위 사건의 처리기준'을 신설했다.
개정 훈령에 따르면 영내 폭행이나 가혹행위 발생 시 간부는 기본적으로 정직이나 감봉 처분을 받게 되고, 그 정도가 중한 경우 파면이나 강등까지 받을 수 있다.
병사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영창이나 휴가제한의 처벌을 받으며 그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계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영내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묵인·방조한 장병도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영내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묵인이나 방조한 지휘관은 기본이 감봉이고, 지휘관 외의 간부도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방조하거나 묵인하면 역시 감봉이나 근신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묵인이나 방조행위를 한 병사의 경우에 분대장은 영창 또는 휴가제한, 기타 병사는 휴가제한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는 최근 병영문화혁신과제 중에서도 핵심과제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이번에 군형법이 개정되면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이 개정돼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