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공백 노리던 정치권, 朴대통령에 '뒤통수'…정국 대혼란

김태은 기자
2016.11.02 11:54

[the300]野, 총리 임명 거부 방침… 탄핵 여전히 미지수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 세월호분향소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퇴진 1만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6.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국무총리 임명 등 개각을 단행하면서 정국이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 2선 후퇴를 전제하던 정치권은 즉각 반발하며 총리 인선을 거부하고 나섰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진상규명이 정국혼란에 뒤덮이는 모습이다.

여야 정치권은 2일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임명 소식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와 함께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일제히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며 김병준 총리 카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드는 것이냐"고 비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겸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뒤통수를 맞은' 채 정국 방향을 종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게이트'로 코너에 몰리며 급격하게 국정동력을 상실하자 정국의 중심추는 탄핵 등 박 대통령 책임규명보다 거국내각 구성 등 국회가 국정을 주도하는 방안으로 쏠리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번복하고 국민의당과 옥신각신하며 박 대통령으로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 쇄신에 머뭇거리다가 박 대통령의 독주를 방관하는 꼴이 됐다.

야당은 1차적으로 총리 임명을 저지시켜 박 대통령의 국정 주도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인사청문회까지도 가지 않도록 청와대가 총리 지명을 철회하거나 지명자가 자진사퇴하도록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당 역시 총리 임명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김병준 '총리 카드'는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그 다음 스텝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국회가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는 수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잠룡'들은 '하야 투쟁'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게이트'의 당사자이고 국민들이 이미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야당은 우선적으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며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을 막는 것은 탄핵 아니면 하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여전히 탄핵 주장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흘러나온다. 국회 구성 상 야당만으로는 탄핵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역풍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경제나 안보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정중단에 이르러서는 안된다는 주장 역시 탄핵 카드는 접어두게 하는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애초에 당이 특검과 거국내각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태도로 스텝을 꼬이게 한 면이 있다"면서 "국회 안에서는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셈이어서 결국 국회 밖으로 나가 탄핵과 하야를 바라는 국민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회에서 탄핵 절차를 주도하지도 못하고 국민들의 탄핵이나 하야 요구를 외면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최순실게이트'로 국정마비 사태가 염려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총리 임명 강행,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혼선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으로 조속히 국정안정을 도모하자고 주장하던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번 총리 임명에 대해 "국가적 위가가 더욱 깊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도 "대통령 권력의 공백 속에 정치권은 총리 자리에 아웅다웅하는 모습으로 흘러간 면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이 같은 부분을 노려 국정 주도권을 끝까지 쥐고 가려하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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