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0%면… 그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죠."
최근 만난 한 야당 의원은 정통한 전망이라며 4분기 GDP(국내총생산) 전기대비 성장률 0%를 예고했다.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라는 해석까지 곁들였다. 얘기를 전해들은 한 여당 의원은 짧은 생각 끝에 "0%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하긴 하지만 미리 저주할 필요는 없다"는 촌평도 붙였다.
내년 초에나 나올 숫자를 놓고 정치권에 이른 전망이 난무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들끓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부진을 넘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난다면 시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분기에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0.7%까지 떨어졌다. 0% 성장은 정부여당에 대한 사실상의 사형선고다.
반면 심각한 경제부진이 여당에 회생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대한민국은 정책 진공상태다. 경제정책은 말할것도 없다.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도 청와대도 제 앞가림 하기에 바쁘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외려 사태의 조기수습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거다.
'0% 성장'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그 신빙성은 차치하더라도 행위 자체로 '어이상실'이다. 0%의 재앙은 농단으로 가득한 정치가 불러왔다. 썩은 정치는 정책을 껍데기로 만들었고 껍데기 정책은 위기에도 변죽만 울렸다. 저성장은 '뉴노멀'처럼 허울좋은 단어로 포장돼 국민의 눈을 홀렸다. 그런데 아직도 유불리 타령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어두운 토양에서 자랐다. 결국 정치 뿐 아니라 경제에도 재앙의 실제상황이 벌어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왜 그토록 허우적거렸는지 국민은 아침 저녁 뉴스를 통해 그 원인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촛불이 다시 광화문을 뒤덮었다. 정치사는 어떤 형태로든 한 페이지가 새로 쓰일듯 하다. 그럼 경제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은 큰 정치스캔들마다 빠지지 않고 편승해 이권을 다퉜다. 반성과 개혁 없이 구태 그대로 남았다. 이 불행한 역사도 반복할 것인가. 촛불은 경제계에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