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창조경제가 아닙니다."
15일 오전 국회 본청 627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빅데이터 진흥법(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정회된 사이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 반쯤 농담이 섞인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변재일 의원이 먼저 "빅데이터가 창조경제인데 왜 그걸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날 공청회가 야당 추천 진술인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의 발표 내용을 놓고 여야간에 갈등을 겪은 상황을 빗대 던진 말입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공청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집에서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명목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줬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빅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혜의 대가로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출연한 것이라는 주장을 암시하는 표까지 첨부했습니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발끈했습니다. 배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변호사가)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 아닌가"라며 "국회 입법권을 방해하는 것이며 국회 상임위를 상대로 모욕을 한 것으로 고발대상도 되는 만큼 진술인이 발언을 철회하거나 진술인을 배제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공청회는 정회됐습니다. 변재일 의원은 "창조경제를 창조경제라고 부르는데 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미래부는 2013년 "창조경제를 구현한다"며 대대적인 빅데이터 산업 진흥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은권 의원은 여기에 "빅데이터는 창조경제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마 정권 차원의 특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중요한 산업이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듯 합니다. 돌이켜보면 싱거운 대화였습니다. 다만 "빅데이터는 창조경제"라는 변 의원도 "빅데이터는 창조경제가 아니다"라는 이 의원도 모두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특혜·특권 등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는 점이 관심이 갑니다.
'창조경제'라는 단어의 몰락에 박 대통령이 최근에 처한 상황이 오버랩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인 '창조경제'라는 용어의 값어치가 급락한 딱 그만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도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값어치가 한 5%쯤 될 듯 합니다.
격세지감입니다. 얼마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지키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우던 친박 의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정치권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날 공청회는 아쉽게도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 변호사를 진술인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여당과 진술인의 발언 자유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야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일정을 잡아 공청회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9대 국회 첫 1년간 1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던 미방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창조경제', '빅데이터'가 모두 쓸데없는 고생을 하는게 아닌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