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빠른 코인, 늙고 느린 국회

김평화 기자
2018.01.08 04:30

[the300][기자수첩]비트코인 시장 급성장, 입법은 제자리걸음

“비트코인 투자에도 ‘장투(장기투자)’가 있다. 코인을 한시간 이상 보유하다 팔면 장기투자다.”

과장이 섞였지만 이런 말이 있다는 건 그만큼 코인 투자가 ‘빠른’ 성격을 가졌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단타’ 매매를 즐기는 투자자들이 많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내 코인 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은 이미 코스닥을 뛰어넘었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한다.

또 ‘젊다’. 일반인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하던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체감상 투자자 연령이 확 낮아졌다. 중학생도 코인을 산다. 코인 투자로 수십억대 자산가(?)가 된 대학생도 몇다리만 건너면 찾아볼 수 있다.

국회 분위기는 어떨까? 국회의원들의 답은 뻔하다. 거품 잔뜩 낀 ‘투기’라는 것과 ‘나도 진작 살 것’이라는 반응이다. 후자 중 직접 코인에 투자한 의원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대부분 의원들이 잘 모른다. 반면 비교적 젊은 보좌진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코인 투자는 이들의 얘기 밥상에 오르는 주요 메뉴다. ‘영감님(의원을 지칭)’께 보고하진 못했지만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뒀다는 보좌진도 있다.

코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 법은 미비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코인 규제 관련 브리핑을 할때마다 코인 시장이 출렁인다. 정작 관련 법을 정해야 할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9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법으로 본 비트코인’ 기획기사를 연재하며 관련 법안 마련을 촉구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이용자를 위한 보호장치 마련을 골자로 지난해 7월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유일한 법안이다.

담당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선 아직 논의조차 못했다. 올 여름에나 국회로 올 정부안을 기다리면 시간만 보낸다. 문제는 속도다. 올해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만 57.5세. 환갑에 가깝다.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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