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힌 전봇대가 부른 '나비효과'…'규제강화委' 만든다

이재원 안재용 기자
2018.01.30 04:29

[the300] 안전규제 강화 움직임

비용절감을 앞세운 규제완화는 항상 안전 문제를 불렀다. 수십, 수백의 목숨이 희생된 대형 사고다. 한 번 풀린 규제는 땜질식 처방으로 이어졌고 언제나 사각지대를 남겼다. 정부 여당에선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에 둔 ‘규제 강화’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소방, 안전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선 '규제강화위원회'를 구성해 '조일 것은 조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민주당사에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에서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이윤중심 사고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선 ‘규제 완화=선(善)’이었다. '전봇대 뽑기'(이명박), '손톱 밑 가시 뽑기'(박근혜)로 대변되는 분위기 속 국회와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재해 예방' 목적의 법안도 '효율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이비트다. 이 규제 완화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피해를 키웠다.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드라이비트는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드라이비트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9년부터다. 이명박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저렴하게 건물을 지어 수익성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드라이비트 공법이 널리 쓰였다. 한국의 가연성 단열재 사용 비율은 68%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15% 수준이다.

이에 2009년 4월 강창일 통합민주당 의원은 '6층 이상이거나 30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의 외부 마감 재료를 불연 또는 준불연 재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 단계부터 반대에 부닥쳤다. 사례가 거의 없고 규제가 지나치다는 이유였다.

결국 법안은 대폭 수정됐다. 같은해 12월 가결된 법안은 '바닥면적이 2000㎡ 이상인 건축물'로 범위가 축소됐다. 이나마도 1년 유예돼 2010년 12월 시행됐다. 법안은 시행되기도 전인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38층) 화재를 겪고 '30층 이상 건물'로 대상이 확대됐다. 2015년 10월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이후에는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 건물'로 강화됐다. 적절한 규제는 항상 뒤늦었다.

'셀프 안전점검' 역시 규제 완화가 낳은 인재(人災)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전 건물주 아들이 소방안전관리를 했다. 밀양 세종병원의 소방안전관리자는 병원의 과장급 직원이다. 정부는 2011년 8월 소방특별조사 제도를 도입하며 1~2년마다 이뤄지던 전수검사를 자체 검사 방식으로 바꿨다.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건축주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소방안전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통한 '셀프점검'이 유행처럼 번졌다.

2015년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계공무원이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를 3년마다 1회씩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조사에 필요한 전담인력이 없고, 자율적 소방안전 관리 의식이 저하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 규제 강화’, ‘신산업 규제 완화’의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연속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것과 관련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안전 불감증’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간주하면서 청와대에 화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마련, 안전 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그 어떤 것도 안전에 우선하는 것은 없다"며 "그동안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볼모로 삼지는 않았는지,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없었는지 점검하고 속도감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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