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이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공정경제는 이를 떠받친다. 그래서 세 바퀴, 3축이다. 이걸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네 바퀴가 완성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 지원책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8대 선도사업, 4차산업혁명, 규제개혁을 비롯한 혁신성장 정책을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냈다. 문재인정부는 그렇게 지난 1년2개월여 쉴 틈없이 달려왔다.
최근 여기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들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성장’을 표방했지만 성장론이 빠진 채 양극화 해소라는 분배기능만 부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바퀴들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못했다. 그결과 고용 전망은 어둡고 최저임금 인상은 역풍을 헤쳐가야 한다. 방향전환, 최소한 우선순위 조정이 요구됐다. 일각에선 “1년 넘게 노력한 결과가 이렇다면 성장 전략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다. 지금의 성장정책을 계속 끌고 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낮춰 잡은 데에 “3%에서 하향하기는 했지만, 우리 잠재성장률이 보통 2.8~2.9%”라며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진 않은 것이고, 따라서 기조는 변화없이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고용악화 등 경제곡선의 하방압력이 계속돼 지금이 ‘터닝포인트’가 아니냐는 데에 답변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물론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수정하는 순간 혁신은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만의 고집도 아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부임 직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를 지냈다. OECD의 화두는 포용적 성장이다. 윤 수석은 “소득주도성장이 OECD에서 얘기하는 포용적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격차, 양극화를 방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세계적인 결론이란 설명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대·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서민들 소득 높여서 성장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포용적 성장”이라 말했다.
그래도 아쉽다. 최저임금, 성장률, 고용창출 주요한 경제지표와 ‘숫자’들이 말한다. 목표는 상생이다. 부족한 것은 ‘현장’에 뿌리를 박은 정책이다. 김 지사는 “결국 상생 아니고는 답이 없다”며 “제도로 강제하는 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나가보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게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도 속도와 성과, 국민체감을 강조하며 기업현장, 혁신사례 현장 방문에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도 현장을 알지 않고는 편의점, 소상공인이 체감할 대책은 못 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영세자영업자, 무직 노인 등의 사정이 악화되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이른바 원칙있는 실용주의다.
다만 집권 2년차를 맞은 올해가 터닝포인트라는 인식은 갖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년 안에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2~3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 이래 성장률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던 우리 정부의 체질이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고 이 정책이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당정청은 지금 추진하는 정책들이 조금만 더 속도를 내면 내년 이후 국민들이 분명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당도 비슷한 생각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의 소득과 고용,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