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용진 사태'가 남긴 것

김성은 기자
2024.03.26 05:50

[the3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공동취재) 2024.3.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4월 총선 후보 등록이 22일 마무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 넘는 현역 의원이 교체됐단 이유로 이번 공천을 '혁신공천'이라 불렀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중 다수가 단수공천을 받고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중 상당수가 하위평가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임해 패하거나 경선 기회조차 못 받고 컷오프(공천배제)되기도 해 '비명횡사'란 평가도 있었다. 둘 중 뭐가 맞을까.

두 달 넘게 진행된 공천 과정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지역 가운데 하나가 서울 강북을이었다. 이 곳 현역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진행된 의원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했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힌 지난달 20일이 사태의 시작이다.

'미스터 쓴소리' 박용진 의원이 공천에서 최종 탈락하기까지 적용받은 경선규칙(룰)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국민과 지역 당원 의사를 물어 결선투표를 진행했음에도 1순위자 낙마시 차점자에 공천 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걸 납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타 지역구에선 공천 승계 사례도 나왔는데 말이다.

경선룰 결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강북을 의원을 뽑는데 갑자기 전국 권리당원 의사 70%를 반영하기로 해 '강성 지지자들에게 비명계 의원 좌표를 찍어줘 낙선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기존에 청년특구로 지정돼 경선룰이 예고됐던 서울 서대문갑과는 상황이 달랐음에도 당은 '서대문갑에서도 그랬다'고 항변했다.

3자 경선·결선투표·전략 경선 등 3차례의 경선 끝에 박 의원은 결국 탈락했다. 한 사람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건 박 의원의 사례로 대표된 일련의 공천 과정을 통해 당내 이견 표출이 더 어려운 구조가 됐단 점이다. 일사불란함이 정권 심판에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공당의 역할이 심판에만 있진 않다. 좋은 정책·법안을 내려면 다양성에 기반한 치열한 토론과 의견 조율이 필수다.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우리 정치사에 다시는 없어야 할 일들에 대한 경계석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 정치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기 위해 이번 과정이 중요한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민주당이 지속가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 이번 공천 과정을 복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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