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냈다. 마주 오는 차를 비껴가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로 차를 모는 순간 차량 측면부가 무언가에 긁힌 것이다. 운전석 앞바퀴 펜더부터 뒷좌석 문까지 기다란 흠집을 낸 것은 넘어진 채 방치된 공유킥보드의 손잡이였다.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에 넘어진 킥보드를 발견하지 못했던 A씨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비로 차량을 수리해야 했다.
#2. 지난 3일 경남 거제시 소재 15층짜리 아파트 8층에서 불이나 입주민 40여명이 대피하고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 지난달 5일 경기 이천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도 불이 나 주민 3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들 두 사고는 모두 현관 앞에 세워둔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전동형 이동장치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화재시 진화가 쉽지 않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주행 중일 때 아니라 주차 중일 때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20일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여업체가 보유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29만여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이나 소유한 것까지 합치면 3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가·신고제가 아닌 자유업으로 운영되는 개인형 이동장치 대여 업체는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문제는 대여된 이른바 '공유킥보드'들이 길거리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대여업체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대여·반납 위치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앱에서 표시된 위치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이용자들이 결제 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 후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 반납할 수 있다 보니 공유킥보드가 인도, 주·정차 금지구역, 횡단보도, 대형 쇼핑몰, 지하철역 등에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7년부터 인도 등에 3시간 이상 방치돼 보행에 방해가 되는 전동킥보드를 견인해오고 있는데, 지난 9월까지 견인된 전동킥보드만 20만6112대에 이른다.
전동킥보드 등의 배터리 화재도 점차 늘고 있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에서 발생한 화재는 2021년 85건에서 지난해 114건으로, 전기자전거에서 발생한 화재는 2011년 11건에서 지난해 42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재산 피해액은 7억원에서 25억원으로 늘었다.
주된 발화점은 배터리다. 개인형 이동장치에는 주로 중국산 저가 배터리가 탑재된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CATL·BYD 등과 같이 한국 기업들과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의 제품이 아닌 중국 내에서도 마이너로 평가되는 회사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차체가 가볍고 바퀴가 작아 지면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경우 배터리가 주로 발판 하부에 실린다. 지속적인 충격으로 인해 전해질(양극과 음극이 섞이지 않게 해주는 물질)이 유출되다 결국 불이 붙을 수 있다. 화학반응에 의한 발화인 탓에 배터리 화재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반응이 끝날 때까지 물을 뿌리거나 이동형 수조에 담그는 방식으로 전소할 때까지 불이 주변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대응이다.
이재관 의원은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의 배터리 화재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KC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직구 제품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현황 파악과 품질 및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만8000건이던 개인형 이동장치 해외 직구 물량은 올해 8월까지 4만3000건을 기록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도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한 생활 불편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관련) 법이 제정되고 이용자가 (이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사업자들도 많아진 상황에서 관련 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주차 공간 등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우려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현재는 협의가 다 완료돼 상정만 하면 별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