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에 함께"…추위 뚫고 국회 앞에 모인 10만 시민들

오문영 기자
2024.12.07 17:24

[the300] 국회 출입 통제…고성·욕설 소란도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1문. 경찰이 시민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공무원증이나 출입증 보여주시겠습니까."

7일 오후 2시, 국회 정문 출입구는 여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육중한 철문이 한 두사람만이 출입할 정도로 닫혀 있었다. 출근하는 국회 공무원들과 의원실 보좌관들은 출입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평소와 다른 풍경은 이날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문이다. 탄핵 가결을 바라는 정당과 국민,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지지층은 국회 주변에서 각종 집회를 열었다.

일부 경내에서 토론회 등 행사를 열겠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안전과 질서를 위해 행사 및 시민 출입을 제한했다. 다만 경찰에 국회 밖에 집회는 제한하지 말아달라 요청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7일 국회 안 잔디밭에 대형버스와 승합차 등이 배치된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국회의사당에는 모두 9개의 출입문이 있다. 국회 사무총장실에 따르면 오전 3시 기준 정문 출입구 1·2문 모두 시민들이 문 앞까지 몰리면서 차량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나머지 동서남북 방향의 출입문과 헌정기념관 방향 출입구 등에는 인파가 모이진 않았으나, 국회는 경내 질서를 위해 남쪽 방향을 제외하고 차량 출입을 통제 중이다.

국회는 정문 안 잔디밭에 대형버스와 승합차 등도 배치했다.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어왔던 상황을 감안해 헬기가 착륙할 공간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국회 관계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직원들이 수시로 경내를 순찰하며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이날 국회 밖에 모여든 시민 대다수는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민주당 지지단체와 유튜버들은 제각각 천막 부스를 꾸린 채 집회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각종 간식·음료와 함께 '퇴진 광장을 열자!' '내란죄 윤석열 탄핵' 등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나눠줬다. 각종 노동조합 단체들은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내용의 '특별 호외'를 시민들에게 건넸고, 거리 곳곳에는 번데기·오뎅 등을 파는 노점상도 보였다.

오후 3시쯤이 되자 국회 정문 400m가량의 3차선 도로 두 곳(총 6차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다. 국회의사당역 출구 일대는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상의나 신발, 목도리 등을 착용한 이들이 많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회에 참여한 30대 A씨는 "나중에 (아이가 크고 나면) 역사적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주기 위해 왔다"며 "탄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러 단체가 모인 만큼 집회 무대에서는 윤석열 퇴진부터 실질적 노동권 보장, 안전운임제 입법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구호는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통일된 모습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다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정권 퇴진운동본부'는 20만명의 집회 참석 인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실제 이 주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 10만명이 모였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이날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부근과 국민의힘 당사 일대에서는 보수 단체 집회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탄핵 저지' 등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오후 2시30분쯤 기준 총인원은 100~150명 수준이었다. 이 시각 마이크를 잡은 집회 참가자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잡는 방법은 이재명과 조국을 여의도에서 추방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둘러싼 양측 집회 참가자가 충돌하자, 경찰이 제지에 나선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경찰은 양 집회 세력이 충돌할 경우에 대비해 보수집회가 열리는 공간을 1m 간격으로 둘러쌌다. 집회 참가자 간 충돌로 경찰이 제지에 나서는 상황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다른 측 집회 참가자에게 고성·욕설을 보내거나, 손피켓을 내리쳐 떨어뜨리는 식이었다. 현재까지 폭행 등의 큰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여의도 포함 서울 전역에는 경력 135개 중대, 총 1만2000여명을 투입했다. 서울 내 8개 기동단이 전부 투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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