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로 가자"는 이재명, 야유하는 여당 의원에 "말씀하시죠"

김성은 기자, 이원광 기자, 이승주 기자
2025.02.11 05:40

[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 나서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하고 정년연장과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잘사니즘'(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란 비전 아래 'ABCDEF'(인공지능·바이오·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로 요약된 국가 성장 청사진도 내놨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평가다.

이 대표는 다만 '반도체특별법'에 연구개발(R&D) 직종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대표 연설은 크게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는 한편 부진한 경제를 다시 성장시키자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 대표는 특히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며 '잘사니즘'의 비전을 제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먹고사는 문제에 이념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이즘(ism)'을 붙인 신조어 '먹사니즘'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표는 AI(인공지능) 중심 첨단 기술산업 육성, 바이오 산업 생태계 강화, 컨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미래 먹거리로 방위산업 육성, 전국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유통시킬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제조업 부활 지원 등을 제안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 밀린 철강, 화학업 제조시설이 몰려 있는 포항·울산·광양 ·여수 등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해 긴급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 중인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를 재확인할 것도 제안했다. 산업 성장과 한미관계에 기반한 안보는 전통적으로 우파의 의제로 여겨졌는데 이 부분을 이 대표가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나 민주당이 그동안 '기본사회 시리즈'로 '퍼주기' 한다고 비판받아왔는데, 오늘은 진일보한 비전과 방향성 제시였다고 본다"며 "조기대선을 앞두고 중도확장하겠다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도 확장에 올인(All in)했구나'란 느낌마저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 대표는 30조원의 추경을 통한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배상, 지역화폐 지원,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공공주택과 지방 SOC(사회간접자본) 국비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논의도 곧바로 진행하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연설 도중 항의성 발언을 한 국민의힘 의원을 두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야당 의원님들) 무슨 말씀하시는지 들어보시죠. 말씀하시죠"라며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서 자신에게 날을 세운 인사까지도 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이 대표의 국회 정당대표 연설은 성공적이었다"며 "내용도 좋고 연설 톤이 좋아 국민들께서 편안하게 시청하셨으리라 사료한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02.10.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최근 정치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특별법안'에 반도체 R&D 분야 고소득자에 한해 '주52시간 근무제'를 예외하자는 내용을 포함시킬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에 사실상 선을 긋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된다"며 "한국이 주 52시간제를 정하고 있다. 1년 54주를 곱하면 총 2800시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노동시간이 1700시간 아닌가. 지금 3000시간 넘겨서 일하자는 것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사전 원고에도 없던 발언을 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하더라도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이야기를 누가 하나. 삼성도 그렇게 이야기 안한다"며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유연화하되 노동강도가 올라가면, 즉 심야 노동을 하거나 주말 노동을 하거나 연장 노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한다고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마 최첨단 기술을 갖고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첨단 산업 기업들이 노동을 착취하고 노동시간을 늘려서 경쟁하겠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첨단기술분야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 모순"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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