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 방안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관련 시스템 복구 현황 △식료품 물가 상승 등 민생 사안을 놓고 장·차관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산업현장에서) 동시에 5명 이상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망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거나 "식료품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은 정부 통제역량의 상실 아닌가"라는 쓴소리들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사망, 특히 추락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나"라고 물은 뒤 "형사 제재보다 경제 제재가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서두에서부터 중대재해 근절 방안을 위한 대책 점검에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연간 3명 이상 사망시 영업이익의 최대 5%,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망자가 한 명이 더 늘어나면 어떤가"라고 물으며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준을 추상적으로 세우면 봐주기를 한다. 예를 들어 동시에 (중대재해로) 5명 이상 사망하면 '회사가 망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규정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필요하면 법령 개정도 빨리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복구 현황,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보고 받았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우체국 금융서비스는 재개돼 정상 운영 중이나 일부 우체국 쇼핑, 내용 증명, 국제우편에는 차질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우체국 쇼핑에 입점한 농어민, 소상공인들이 생산품을 못보내 물건이 썪는다고 아우성이다. 대책이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정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믿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보다 엉터리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다음 주까지 각 부처는 (보안 시스템이 규정대로 잘 관리되는지) 매뉴얼을 점검해 서면으로 보내달라"고 지시했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 대책을 토의하는 과정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발표를 통해 "물가 상승률은 2% 부근에서 움직인다"며 "우리나라 평균적 물가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중간 정도다.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의 1.5배 정도 된다"고 밝혔다.
발표를 듣던 이 대통령은 "1.5배 높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식료품, 생활용품 가격만 유난히 높다"며 "정부 통제역량의 상실이다. 물가라는 게 담합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유통망이 대부분 독과점되지 않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지도하고 개입하면 상당정도는 (물가 상승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서도 "미국에서는 독과점 기업에 대해 강제 분할을 하지 않나"라고 물으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 등이 있는지를 점검했다.
아울러 "물가 중에서 식료품 물가가 높은데 물가가 오른 시점이 2023년 초부터"라며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야 한다.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지만 시장도 정책을 이길 수 없다. 고삐를 놓아주면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를 부린다"고 했다.
또 "물가안정이 곧 민생안정이란 자세로 물가안정에 신경을 최대한 써달라"며 "농산물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취약계층 생계 어려움을 덜어줄 실질 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국무회의지만 잠시 웃음이 나온 순간도 있었다.
식료품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은 발언권을 얻어 "하나만 말씀 드리면 식료품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이 과일인데 쉽게 무를 수 있는 딸기, 토마토, 연시감 등이 비싸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예를 들어 딸기는 봄·여름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겨울 과일이 됐다. 여름에 쉽게 물러서 유통 과정에서 취급이 어려워서다. 봄철에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가 가까운 곳에 시장들이 많이 열리면 봄에도 딸기를 싸게 사먹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법제처장이 법령 연구 대신 딸기 연구를 하셨나"라고 하자 조 처장이 "개인적으로 서울 가락시장(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밑에서 40년을 살았다"고 답해 순간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