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도 북부 지역의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 개발을 검토하는 것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등 지방정부 대신 중앙정부가 직접 낙설 경우 인허가 등 개발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경기 북부의 주한미군 반환 구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중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국방부 등이 참석하는 '주택공급 관계장관회의'가 처음으로 열린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경기 북부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 현황 등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지난 9월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는 대신 자체 시행으로 전환하고 노후 공공시설과 유휴부지, 영구 공공임대 재건축 등을 활용키로 했다.
그러나 민간 대신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것을 놓고 비판이 제기됐다. 어느 지역에 어떤 유형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지 등 구체적 내용도 빠져 논란이 됐다.
이에 정부는 공공 주택 뿐 아니라 민간 주택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선 공급확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가 부동산(주택) 공급을 필사적으로 하겠다"며 "주택공급과 관련 있는 국토교통부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에서도 장관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북부의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 32곳의 면적은 총 1억1237㎡(약 3400만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곳은 이미 민간에 매각됐다. 민간 매각 부지 가운데 경기 파주 불스아이 훈련장의 경우 면적만 약 7585만㎡(약 2300만평)다. 이밖에 12곳은 매각을 진행 중이며 나머지 10곳은 군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반환 공여구역은 인허가 절차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일부 공여지는 매각 전 환경오염정화 등이 필요해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산악지형 등 사업성이 부족해 매입자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우선 개발한 뒤 후불 지급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19년 9월 국회 토론회에서 "미군 공여지를 지자체에 무상 임대하고, 일정 기간 개발 뒤 후불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 북부 지역은 그간 국가안보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감내했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지역에 대해 국가가 나서 실질절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1일 국무회의에서 "경기 북부 지역의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결국은 아파트를 넣을 수밖에 없는데, 주택공급을 위한 부지 확보 차원에서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 활용도 좋은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세종포천 고속도로 등이 일부 개통되며 경기 북부의 접근성이 개선됐지만, 직장과 거주지가 멀어 주택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젊은 세대들은 직주근접형 주택을 선호하는데 서울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집이 효과가 있겠느냐"며 "문재인 정부 시절 그런 대책을 내놨는데 그건 공급주의적 대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의정부 등 미군 공여지의 경우 주거용으로 개발되더라도 서울 등의 주택 문제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면서 "이 지역들엔 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