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인1표" 野 "당심 70%"…강성 표심만 키우는 공천룰 논란

민동훈 기자
2025.11.25 17:06

[the300]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당 천만의 꿈 경청단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5.11.25.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공천룰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국민의힘은 '당심 70%·여론조사 30%' 비율 확대를 각각 추진 중이다. 겉으로는 '당원 주권 강화'와 '역선택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양당 모두 당주류의 이해관계에 따라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숙의 부족' 비판 속 '1인1표제' 도입 연기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논란을 고려해 다음 달 5일로 연기했다. 1인1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1대1로 동일하게 계산하는 제도다. 현행 당헌 25조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에 해당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문제는 권리당원에 강성 지지층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당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1인1표제가 도입되면 당원이 많은 호남과 특정 성향 지지층의 의견이 '과잉 대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 인구수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인데 민주당 권리당원 비중은 약 35%로 추정된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은 인구는 10% 정도인데 당원 내 비중은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영남권 인구 대비해서 당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쪽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의원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당 전체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위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1인1표제 도입과 관련해 "대체로 공감대가 있었지만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정청래 대표가 직접 중앙위원회 일정 조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심 70% 추진에 기초단체장까지 반발

국민의힘 역시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을 중심으로 강성지지층을 의식한 공천룰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지선기획단은 지난 21일 회의에서 내년 지선 공직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로 변경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존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였다. 해당 안은 향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돼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 '민심 반영 확대' 요구가 제기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범죄수익환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25.11.24.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부산·경기 등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이날 지선기획단과의 연석회의에 참석한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은 "민주당처럼 '개딸(이재명 대통령 강성 지지층)당'이 될 것이 아니라 경선에서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선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현역 시장·군수·구청장과 연석회의를 마친 뒤 '당심 반영 비율을 70%로 상향하는 안을 건의하기로 한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7대3(당원 투표 70% 대 국민 여론조사 50%) 비율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해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제안한 것 같다"고 밝히며 당심 반영 비율 확대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강성 지지층 중심의 '정치 양극화' 강화 우려

정치권에선 결국 여야가 명분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강성 지지층 중심 정치'라는 같은 흐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중심의 강한 조직 기반을, 국민의힘은 강경 보수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어 중도층 이탈을 부르는 구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 특성상 지역성과 현안 대처 능력이 중요함에도 공천이 조직·팬덤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념화되면 지역 정치의 전문성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통상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엔 국면 전환을 위해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이 정치공학적으로 중도층을 포섭하는데 유리했다"며 "하지만 유튜브 영향력 확산과 팬덤정치의 강화 등으로 강성지지층이 당심을 주도하는 현상이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서 발견되면서 정치 지형이 빠르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의 '1인1표제'와 국민의힘의 '당심 70% 확대'는 정당정치라는 측면에서 볼때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정치공학적으로 볼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중도층과 무당층을 잡아야 하지만 양당 모두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우리 정치의 양극화를 더 고착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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