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공제를 상향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집주인 사망 시 배우자가 상속세 부담으로 쫓겨나듯 집을 파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입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는 기재부에 세수 영향과 조정 가능한 범위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부부가 같이 살다가 (집주인인)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상속세를 내려다가 그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조금 너무하지 않느냐는 데 대해 여야 의원들이 동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기재위 야당 간사이자 조세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자산가치 상승에 맞춰 상속세 일괄·배우자공제를 일부 상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재부가 공제 한도 조정에 따른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방향과 규모에 대한 논의까지는 진전되지 못했다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박 의원은 "기재부가 부정적인 입장이라 중립적인 대안을 마련해 와달라 요청한 상황"이라며 "기재부가 제시한 세수 감소 규모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다시 산정해볼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는 1996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전면 개정 이후 일괄·배우자 공제 기준이 유지되면서 자산가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특히 현재 일괄·배우자 공제가 각각 5억원인데 반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넘기며 공제 수준이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해 중산층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상속세 공제 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서울 평균 집값 한 채 정도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냥 집에서 계속 살게 해주는 취지에서 18억원(일괄공제 8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까지는 세금 없게 해주자고 했다"며 "이번에 상속세법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박홍근·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동거주택 상속공제' 확대 방안도 조세소위에서 검토 중이다. 1가구 1주택에 한해 자녀가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거주하다 상속받을 경우 최대 6억원까지 공제받는 현행 제도를 현실화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배우자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공제 한도를 9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안 의원은 한도를 8억원으로 하고 동거 기간을 8년으로 단축하는 개정안을 냈다.
조세소위 소속의 한 의원은 "기재부에서 세수 감소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입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조세소위에서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편 시 2조원가량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세 중립적으로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개정안은 '주는 사람' 기준으로 짜인 현행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을 '받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전환한 게 핵심이다. 피상속인(사망인)이 물려주는 전체 상속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들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해 세금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지난 5월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발의됐다.
박 의원은 "세수 중립 방향으로 다시 한번 연구도 하고 공청회도 거친 다음에 추진하기로 했다"며 "현재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종 공제 제도를 조정하면서 (유산취득세 도입을) 하면 제도 개선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 과제로 보고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