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내년에도 이어지는 특검정국...민생이 먼저

이태성 기자
2025.12.31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가동된 3대 특검(내란·채해병·김건희)의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3대 특검은 수사관 포함 600명이 넘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져, 180일이라는 최장 기간의 수사 권한을 부여받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이 100여명으로 꾸려져 90일간 수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대 특검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3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수십여명을 각종 혐의로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했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규명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이같은 수사에도 남은 논란은 상당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금품수수 의혹 등 제기된 의혹 중 일부분은 특검이 마지막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김 여사의 해군 선상 파티·종묘 사적 유용 의혹 등 자잘한 사건들 역시 해결되지 못한 채 경찰로 넘어갔다. 여기에 통일교 유착 사건을 조사하던 김건희 특검이 민주당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을 포착하고도 수사하지 않아 편파 수사 논란까지 남겼다.

정치권은 해결되지 않은 논란과 의혹을 해결하겠다며 또 한번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일교 유착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여야는 특검법안 협의를 진행 중이고, 여당은 별도로 경찰로 넘어간 사건을 면밀히 수사하기 위한 2차 종합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특검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여야는 '누구에게 잘 드는 칼을 뽑을지'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꾸려지는 특검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담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은 특검 출범 당시인 지난 6월 기준 7만3395건에서 지난 10월 말 기준 10만146건으로 급증했다. 특검에 120명의 검사가 파견되면서 민생 사건 처리가 밀린 결과다.

내년 상반기에도 두 특검에 검사가 파견될 경우 미제사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관봉권·쿠팡 상설특검도 이미 가동 중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 특검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수사지연은 숫자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지금은 국가가 수사 지연으로 2차 피해를 가하는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여기에 특검을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민생법안도 표류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현재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법안은 197건으로 대부분 비쟁점·민생 법안들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 체불임금의 일부를 선지급한 뒤 추후 청구권을 대신해 행사토록 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의 출범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쌍특검의 출범으로 민생이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항상 말하는 것처럼, 정치의 목적은 민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