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에 부동산 올린 이재명 대통령과 참모들…다음 카드 '저울질'

김성은 기자
2026.02.18 16:15

[the300]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12. photocdj@newsis.com /사진=류현주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올해 설 밥상에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올렸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의 투기 제약을 위한 정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시장의 반향과 여론을 살피며 집값 정상화를 위한 다음 카드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14~18일) 중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부동산 관련 총 네 차례 글을 올렸다. 하루 한 번 꼴로 부동산 트윗을 올린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X에 "정당한 투자수익을 초과해 과도한 불로소득을 노리는 다주택자, 살지도 않는 투자·투기용 주택 소유자들이 가진 특혜를 회수하고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에서 상응하는 부담과 책임을 강화해 부동산 시장을 선진국들처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정상화된 부동산 체제에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집을 소장품이나 과시용으로 여러 채 소유해도 괜찮다. 손실을 감수하며 공동체를 위해 경제적 부담을 기꺼이 하겠다는 걸 왜 말리겠나"라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 대한 부동산 겁박을 멈추라"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구할 뿐 집을 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투기에 주어진 부당한 특혜를 회수하고 상응하는 부담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가세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실력을 본 게 코스피 5000 달성이고 그 이전에 한미 통상협상도 있었다"며 "(집값 정상화 관련) 대통령이 이 고비를 어떻게 관철할지 보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이 고비를 넘기는 걸 승부수로 생각하고 해봐야 한다. 한마디로 하면 '이재명은 합니다'. '부동산 불패'는 우리 정부에서 끝낸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청와대 정책 책임자인 김용범 정책실장도 정책의 설계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구했다.

김 실장은 지난 1.29 대책에 포함된 '6만 가구 공급대책'에 대해 "6만이라는 숫자는 결코 단번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부지 확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끝없는 설득과 조정의 과정이었다"며 "도심 선호 지역을 포함한 주택 공급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실행을 통해 그 방향을 확인해 나갈 차례"라고 적었다.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참모진이 연휴 기간 중,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SNS 발언을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대통령의 일관된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설 연휴 李대통령 부동산 관련 주요 SNS 게시글/그래픽=김현정

부동산 관련 강도높은 메시지와 함께 지지율이 우상향하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의 자신감의 배경이 됐다.

이밖에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지, '부동산 가진 사람'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는 명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라며 "잇단 SNS 발언은 여론이 호도는 것을 막고 관계 당국을 향해서도 조속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정상화라는 고질적 난제를 공론화시킴으로써 이 대통령이 여론을 즉각 확인하고 집단 지성을 활용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공론화 초기 SNS에서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밝히고 찬반이 예상되는 주제에는 국민들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SNS 게시글을 올릴 때마다 적게는 수 백 건에서 많게는 1000건 넘는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달렸다. 그 중에는 "의식주가 안정돼야 다양한 자기 계발과 여가 생활로 삶의 질이 향상된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으로 상식의 정치를 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긍정적 반응들이 나온 반면 "금융 경색은 서민 경제의 사형 선고"라거나 "노후 대비로 한 채 더 있는 2주택이 그리 악마라 비난받을 일인가"와 같은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제안들도 있다. 한 댓글 게시자는 "부동산 문제는 세제만으로 풀 수 없다"며 "수도권 일극체제를 타파하고 '메가시티 정책' 등을 통해 지역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진짜 일"이라고 했다. 이밖에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금리에 대해서도 누진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거나 "다주택자가 내놓겠다고 하면 국가가 매입하는 퇴로를 열어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향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살피고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을 지속 검토하며 집값 정상화의 다음 수순을 고민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당장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여부에 쏠린다.

현재 재산세는 공시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에 0.1~0.4%의 세율을 적용한다. 또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이 공제되며 과세표준 구간별로 0.5~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것은 시행령으로도 고칠 수 있지만 세율 인상은 정부가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내 통과시켜야 한다. 통상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시기가 7월인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과 참모진은 이 시기까지 보유세 인상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세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세제 카드에 대해 "마지막 수단"이라며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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