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우려를 표한 상법개정안 등 법안처리는 속전속결로 이뤄졌지만 정작 숙원인 '배임죄 폐지' 작업은 더딘 모습이다. 재계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불명확한 만큼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배임죄 개편을 요구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이 추진해온 배임죄 폐지 및 완화논의는 답보상태다. 현재 법무부에서 배임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배임죄 개편은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줄이겠다며 내세운 '경제형벌 합리화' 정책의 핵심과제다. 우리나라의 배임죄 처벌은 △형법(일반·업무상 배임) △상법(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까지 적용되는 3중 구조다. 그동안 재계에선 기업의 정상적 경영판단의 결과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7월 1차 상법개정 당시 "배임죄 폐지 또는 전면개선을 통해 경영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1차 상법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배임죄 개편은 상법개정의 보완책으로도 여긴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할 의무가 생기면서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죄 등 형사소송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계의 우려가 컸던 법안들은 순차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재계가 강하게 반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역시 다음달 10일 시행을 앞뒀다.
현재 배임죄 논의와 관련, 경제계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다. 재계에선 배임죄 자체가 없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기업범죄를 사기나 횡령죄로만 다루거나 배임죄를 유지한다면 최소한 '정상적 절차와 합당한 근거로 결정한 경영사안'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원칙을 법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한다. 즉 경영진의 '고의적인 위법행위'에 한해 처벌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정비해달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