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최근 중동 전쟁을 둘러싼 위기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재개되도록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한-프랑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며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것도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또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2004년 맺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22년 만에 격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양 정상이 만나 나눌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발표에서 "마크롱 대통령님과 저는 중동 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원자력 및 해상 풍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비공개 소인수회담 시간이 길어진 데 대해 "저희가 얼마나 많이 국제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며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의견 통일을 이뤘다.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유엔(UN)이 지향하는 역할도 인정한다. 중동 분쟁의 완화를 위한 프로세스와 조건을 확실히 정의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도록 해야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올해 프랑스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아 이 대통령을 초청한 사실을 알리며 "6월에 국제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도 말했다.
양국은 관계 격상에 따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교역 및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150억달러(22조6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를 2030년까지 200억달러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3개의 협정을 개정하고 11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화기술협력협정 △워킹홀리데이협정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개정했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의향서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 분야 협력 의향서 △한수원-오라노사(社) 간 협력 양해각서(MOU) △보훈 분야 MOU △어학 보조교사 교류 협력 의향서 △문화유산 분야 협력 MOU △해상풍력 분야 협력 MOU △한수원-프라마톰사 간 협력 MOU △무상개발협력 분야 MOU △유상개발협력 분야 MOU △산림 분야 협력 의향서 등을 체결했다.
전 세계 공급망이 위태로운 가운데 광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오늘 체결되는 대한민국 한수원과 프랑스 기업 오라노, 프라마톰 간 양해각서는 우리 원전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 공동진출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 공사 간 체결된 양해각서는 해상풍력 발전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의향서를 통해 핵심 광물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손잡는다. 이 대통령은 "첨단과학과 미래산업 분야에서의 공동 성장을 도모하고 함께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환경을 적극 조성하기로 했다"며 "오늘 체결된 인공지능·반도체·양자 분야 협력 의향서와 오늘 개최된 '장관급 과학기술공동위원회'야 말로 미래산업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에 그치지 않고, 신산업 분야에서의 상호 투자, 투자기업의 고용 증진을 이어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4만 명 수준인 양국 투자기업의 고용 규모가 향후 10년간 8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가 최근 K-컬처로 각광받는 한국에 여러 협력을 제안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9월 국제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를 한국과 공동 주최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도 이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방문을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는 문화 강국으로서 혁신 산업을 할 수 있다"며 "1965년 체결했던 문화기술협력협정은 오래된 것으로 이번에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해 개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개정 협정에 따라 양국은 웹툰, 게임 등 신흥 문화 콘텐츠 분야까지 문화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양국 우호 관계의 핵심인 문화 협력을 강화하고 인적교류 100만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개정된 워킹홀리데이 협정 및 개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항공협정을 통해 양국 관광객 비즈니스맨, 청년, 학생들의 교류는 더욱 자유롭고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워킹홀리데이 참여 가능 연령을 기존 18~30세에서 18~35세로 확대했다. 또 한국 내 프랑스어, 프랑스 내 한국어 학습자 숫자를 2035년 기준 10만명까지 확대해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