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형 소버린OTT, 정치권 논의 시작할 때 됐다

[우보세]한국형 소버린OTT, 정치권 논의 시작할 때 됐다

우경희 기자
2026.05.21 05:00

[the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열린 ‘시리즈 마니아 2026’ 한국 공동관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콘텐츠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는 시리즈 마니아는 2010년 출범해 2018년부터 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로, 유럽 최대 규모의 텔레비전 시리즈 전문 행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DB금지) 2026.3.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열린 ‘시리즈 마니아 2026’ 한국 공동관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콘텐츠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리고 있는 시리즈 마니아는 2010년 출범해 2018년부터 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로, 유럽 최대 규모의 텔레비전 시리즈 전문 행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DB금지) 2026.3.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산업 구조조정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구조조정이 끝난 후에도 한참 뒤에야 득실이 드러난다.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 사례는 당초 몰아주기와 부실 전염 우려를 샀다. 지금은 퇴출이 아닌 통합으로 자동차 산업의 체급을 키운 사례로 기록된다. 반도체 빅딜을 통해 하이닉스(SK하이닉스)가 탄생하는 과정도 누군가에겐 고통이었지만 결국 초유의 전략산업이 탄생했다.

아쉬운 사례도 있다. 당시 글로벌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은 2017년 구조조정 명분 아래 공중분해됐다. 이후 글로벌 물동량이 늘고 운임이 치솟았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노선에서 나온 천문학적 수익은 외국 선사들이 나눠가졌다.

하다 만 게 오히려 나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조선업 구조조정이 좌절되면서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구도가 남았고, 그 덩치 그대로 '마스가'(한미 조선협력 구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 판단할 일이지만, 위기 앞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역사를 통해 단순 퇴출이 아닌 미래 역량을 남기는 설계 개념의 구조조정만이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확인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시급히 들여다봐야 할 구조조정 대상 산업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다. 우리 콘텐츠가 반도체나 자동차 못잖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외국 플랫폼에 시장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는 현 시점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 중 하나다. 그런 한국의 이야기를 남의 배에 실어 글로벌 시장으로 실어나르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사용시간 점유율 1위(61.1%, 와이즈앱 등 조사)를 달리는 가운데 국내 OTT들의 지난해 실적은 참담하다. 티빙과 왓챠 등이 나란히 수백억원 적자를 냈다.

제작 현장은 더 빠르게 흔들린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만 이걸 모아낼 자본과 플랫폼이 없다. 넷플릭스의 제작비를 받아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 구조에 시나브로 갇혀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수익은 글로벌 OTT에 축적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시장을 주도하며 우리 콘텐츠를 세계에 공급할 한국형 소버린(Soverign·시장지배적) OTT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부실기업을 억지로 살리자는 게 아니라 이용자와 자본, 제작 실력을 묶어줄 한국에 특화한 플랫폼을 만들자는 거다.

정치권이 먼저 움직이기를 바란다. 시선은 지방선거에 온통 쏠려있지만 산업이 또 정치 이벤트에 미뤄져선 안 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가 원하는 지금이 바로 소버린 OTT, 즉 국가전략 플랫폼 설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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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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