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당한 개입인가"…김용범 靑 정책실장, 포용금융 '재강조'

김성은 기자
2026.05.05 18:13

[the300]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대표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권을 향해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의 이행"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포용적 금융'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실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은행은 완전한 민간기업이 아니다.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 기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공유했다. 고신용자일수록 낮은 대출 금리를, 저신용자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현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 중·저신용자 대상의 포용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존 은행권의 신용등급 체계와 대출 금리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셈이라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위험 관리를 위해 현 신용등급 체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항변도 나왔다.

김 실장은 "연재를 이어가는 동안 금융 현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며 "논쟁이 개별 은행의 영업 방식이나 신용평가 모델의 정교함 같은 미시적 쟁점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며 한 가지를 더 짚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이 미시 모델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 모델이 작동하는 운동장의 기울기를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나라 은행이 왜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지, 그 뿌리를 솔직하게 들여다 보자는 것"이라며 "구조를 이해해야 설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왼쪽부터)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3.10. bjko@newsis.com /사진=

김 실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 금융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봤다. 당시 시스템 붕괴를 막으려면 외국 자본이 필요했고 그 선택은 실제로 한국 금융의 안정성과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김 실장은 "문제는 그 이후"라며 "외국인 지분이 유독 높은 것을 두고 대한민국 은행의 경쟁력이 뛰어나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냉정하게 보면 오히려 반대다. 한국 은행이 외국 자본에 매력적인 이유는 면허와 규제라는 국가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되는 구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예대 마진 중심의 사업 모델, 비교적 낮은 변동성, 안정적인 배당, 이 조합이 우리나라 은행을 성장 산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 자산으로 만든다"며 "외국인 지분이 월등하게 높은 것은 경쟁력의 결과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에 대한 선화의 결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신용 구간은 변동성이 낮고 관리가 쉬우니 자본이 집중된다. 중간 신용 구간은 기회는 있지만 변동성이 크고 설명이 어려우니 점점 기피된다"며 "여기에 건전성 규제가 더해진다. 리스크를 낮출수록 (은행의) 자본 효율성이 개선되고 은행은 점점 더 안전한 구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용등급) 중간 구간에 대한 금융 공급은 구조적으로 축소된다"고 했다.

또 "제도 금융이 다루지 않는 구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더 높은 비용의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금융 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난다"며 "신용 격차는 고용, 소득, 자산 격차와 맞물리며 증폭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이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왜 민간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금융권의 여신 및 신용평가 체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김 실장은 "1997년 체제가 남긴 안정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다만 그 선택이 만들어낸 구조를 이제는 점검할 때가 됐다. 지금의 구조 위에 다시 우리 방식의 질서를 보태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포용금융은 금리를 낮추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위험이 더 정확하게 가격으로 반영되도록 금융이 더 많은 사람을 제도 안으로 품도록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다. 구조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사장단과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삼성·SK·현대차·LG 등 1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올해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다. 2026.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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