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협상' 돌입…'포스트 중동戰'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조성준 기자
2026.05.07 17:03

[the300]
韓 선박 폭발 사고 원인 규명 중요…이란 측 '모르쇠' 입장
종전 이후, 국제 공조 이뤄질 것…목소리 키울지는 고민해야

[테헤란=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 광장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 참가자가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 남성 뒤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꿰맨 모습이 담긴 대형 홍보물이 걸려 있다. 2026.05.07.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본격화한다. 정부의 '포스트 중동전쟁'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 및 후속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국제 공조를 통한 중동 정세 안정화에서 우리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현지 매체와의 인터뷰 등에서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다음주로 예정된 중국 방문 일정 전에 이란과 합의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NN·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핵농축 중단,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 14개 조항이 담긴 1장짜리 MOU 초안을 이란 측에 전달했고, 이란은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미-이란 간 협상 합의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조속히 타결돼 호르무즈 해협도 재개방되고 항행의 자유도 보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HMM 나무호 사고 원인 규명 우선…'포스트 중동전쟁'서 줄타기 전략 필요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해협 정박 중 화재가 발생했던 한국 선사 에이치엠엠(HMM) 소속 화물선을 인근 두바이항으로 옮길 예인선이 확보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HMM 본사 모습. 2026.5.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이란 간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동전쟁 다음 구상이 중요해진다. 한국으로선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과 함께 관련 후속 대응이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란은 이번 사고와 자신들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날 주한이란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이란군이 개입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 사항과 작전상의 현실을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이란이 실제 무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이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날 우리 선박에 발생한 폭발에 대해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무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내 정보가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사실관계와 원인에 대한 규명"이라며 "조사인력이 두바이 현지에 파견됐고,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정하는 건 그 이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예단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고를 종전 이후 이란과의 협상이나 향후 이란과의 관계 설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모든 사안을 외교에 활용하는 이란에 대응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도 공격을 받았으니, 이란 측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밀고 당기기는 필요하다"며 "반대급부 차원에서 우리가 보상을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대내외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한 대응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지속 검토 중이다. 종전이 선언될 경우 관련 논의가 본격 가동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도 기여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도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주변국에 발을 맞춘 수준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줄타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도적 역할로 나서기보다는 원유 공급망 확대와 한국 선박의 조속한 해협 통항을 우선 목표로 물밑 외교 전략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전쟁 당사자 국과 조용한 협상을 하는 게 우리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는 가장 유리하다"며 "목소리를 키울수록 우리가 경제적·군사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들이 청구되고, 이는 반대급부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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