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때마다 동포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환담만 나누기엔 (시간이) 아깝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국빈 방문 당시 뉴델리 시내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감담회에서 한 말이다. 취임 이후 해외 순방에서 이 대통령이 취합한 재외동포 민원은 약 1400건에 달한다고 한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간담회를 지양하고 현장 소통 과정에서 들어 온 민원을 일일이 집계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정상외교 회복에 주력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키워드다. 재외공관을 수출 거점과 K-컬처 확산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선 외교부의 '재외공관 역할 재창조 이행계획'이 주제로 올라오기도 했다. 지역별·분야별 거점공관으로 재배치하는 재외공관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생생한 민원 접수는 해외동포 권익 향상과 재외공관의 업무 방식 혁신의 마중물이다.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언젠가 국무회의에서 "공관장이 어떤 자세를 갖고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사에 따라 수주·수출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특임공관장 대폭 기용도 혁신을 위한 변화의 시도로 읽힌다.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학계, 정치권, 군 등 전문 분야 출신 인사를 대통령이 특별히 재외공관장(대사·총영사 등)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정부 출범 후 30명 안팎의 특임공관장이 임명됐다. 173개 재외공관장 중 임명된 약 50명을 기준으로 절반 이상을 비외교관 출신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비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 인사를 두고 전문성을 고려치 않은 보은성 인사란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폐쇄적 구조와 순혈주의 타파, 다양성 추구는 실용외교의 근간이자 이재명 정부의 인사 원칙이다.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과거에 얽매인 외교 관례로는 국익을 지켜내기 어렵다. 특임공관장 제도를 활용해 엘리트·순혈주의를 타파하려는 시도는 모든 정권이 추진해 온 과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새 공관장들이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조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재외공관의 역할 재창조와 함께 성과주의를 누누이 강조해 왔다. 재외공관장들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K-문화 확산, 재외동포 현장 소통 및 편의에 기여하는 본령을 잊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특임공관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성과로 화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