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천 남동구 한 상가밀집지역. 17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A씨(56)는 지난해 12월 구청으로부터 옥외광고물 관련 안내서를 받았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7조 3항에 따라 주간판의 크기가 5㎡ 가 넘으니 4000원을 지불하고 간판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향후 3년마다 간판에 대해 허가 수수료 격으로 같은 금액을 내고 허가를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A씨는 "17년 동안 같은 간판으로 장사를 해왔는데 세금을 내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서울 종로구 한 먹자골목. 이곳에서 16년간 음식점을 운영한 B씨는 2011년부터 입간판이 사라지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구청에서 도로통행을 방해한다며 통보 없이 입간판을 가져간 것. B씨는 8만~10만원의 벌금을 내고 간판을 찾아오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B씨는 "심할 때는 1달에 2번씩 하다가도 지난해 12월부터는 또 뜸하다"며 "장기 불황에 안 그래도 힘든데 구청이 영세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가 원칙 없이 간판에 벌금과 수수료 등을 매기는 일명 '간판세'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3일부터 최근까지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성북구, 인천 남동구 등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간판 크기 초과나 도로 점용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 '간판세'가 무분별하게 걷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들은 간판세가 걷는 시기나 대상 등이 원칙 없이 적용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17년간 장사했는데 간판 크다고 세금 내라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같은 건물에서 10년여간 미용실을 운영하는 C씨 역시 세로 간판이 공동 출입구에 있지 않다며 자진 철거 통보 안내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불이행 시 벌금 부과한다더라"며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신촌에서 16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양모씨(54) 역시 2011년쯤부터 돌출간판에 대해 10여만원 벌금 내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양씨는 "새 영업점에만 적용해야지 16년 전에 설치한 간판에다 무슨 세금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업점 개업 때는 나오지도 않다가 다 만들어 놓으니까 뜯으라고 한다"며 "신촌은 워낙 상권도 많이 바뀌는데 영업주들이 이 사실을 잘 몰라 뒤늦게 돈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폐업한 가게에 대해서도 간판세를 내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1999년 서울 종로구에서 노래방를 하다 접었다는 고모씨(49)는 2011년쯤 돌출 간판에 대한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고씨는 "가게 운영할 때만 해도 한번도 고지가 없다가 간판 등록자가 자신으로 돼 있다며 간판세를 내라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고씨는 "처음 1번만 내면 된다고 해서 냈는데 1년만에 또 왔다"며 "구청에 항의했더니 행정 착오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은 간판세가 장기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지역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동에서 2년간 음식점을 경영한 이모씨(58·여)는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입간판을 세워놨는데 말도 없이 가져가더라"며 "가로등이나 설치해주지, 우리는 죽은 골목 살리자고 아등바등하는데 구청은 뭘하는 거냐"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세금 걷기가 쉬운 약자인 자신들에게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너도나도 퇴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상인들이 서로 살아남으려다 보니 간판도 더 크게 하고 입간판도 세우고 있다"며 "당국은 어려운 서민 경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이용해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칙 없는 간판세에 대해 구청 관계자들은 인력 부족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상점은 무수히 많은 데 담당인력은 3명"이었다며 "없던 규정이 생긴 건 아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인천시 관계자는 "세수증진의 효과를 노리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3년부터 옥외광고물 전산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한 것"이라며 "허가나 신고가 안돼 있는 가게가 있어 위반 요소가 있는 가게에 대해 수수료를 거두고 도시경관을 개선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