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화단 앞에서 고양이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사망한 이른바 '용인 캣맘 사건' 발생 8일 만인 16일 오후 기자가 찾은 296가구 규모 경기 용인시 수지구 H아파트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던 이 날 아파트를 찾은 기자들을 경계하는 경비원들과 주민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점심 식사 마쳤을 오후 2~3시쯤, 아파트 입구나 벤치에 모여있을 법한 주민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입구를 지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를 거쳐 뒤편으로 들어서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사고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는 모래에 뒤덮인 혈흔 자국과 사고 당시의 것으로 보이는 벽돌 조각들이 산산조각 나 흩어져 있었다. 현장 주변에는 공사 등에 쓰고 남은 것으로 보이는 벽돌과 자재 등이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벽돌이 떨어진 이 아파트 104동 6호 라인 옥상은 고개를 끝까지 뒤로 젖혀야 겨우 볼 수 있을 만큼 높았다. 18층 높이 옥상에선 아래를 내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했다.
성인 한 명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고, 자칫 몸을 잘못 움직이면 아래로 곤두박질 칠 듯했다. 옥상에서 내려다 봤을 때 사고 장소는 나무 등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다.
앞서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사건의 용의자로 이 아파트의 입주민 초등학생 A·B군의 신병을 확보했다. 같은 학교 친구인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4시39분쯤 이 아파트 옥상에서 '자유낙하 실험'을 하고자 벽돌을 떨어뜨려 박씨를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박모씨(29)를 다치게 했다.
A군 등은 특히 옥상에서도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은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실험'을 했다. 발을 디딜 수 있는 틈이 20~30㎝밖에 안돼 보이는 좁은 공간에 모여 벽돌을 떨어뜨렸다.
이번 사고가 초등학생들로 밝혀진데 대해, 주민 대다수는 안타까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사망한 박씨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이 아파트에 살면서 주민들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다.
이 아파트 주민 최모씨(50대)는 "규모도 작은 아파트라 오고 가면서 한 번씩 봤던 주민들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사고 한 번 없었던 조용한 곳인데, 갑자기 너무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여)도 "사고가 발생하고 용의자가 잡히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이라며 "살해 목적이나 의도가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장난이 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