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씨(42)는 집 현관문을 열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집주인이 언제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지 몰라서다. A씨는 실평수 15평 아파트에 전세금 4000만원, 30만원의 월세를 내면서 '반월세'를 살고 있다. 월급 200만원 중 15%는 고스란히 집세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쌀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7)는 졸지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로 온 건물주가 지난 8월부터 무작정 "나가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 10년째 한 자리에서 쌀장사를 해 온 최씨는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
A씨는 "딸 아이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교육을 생각해 집을 옮기고 싶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값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B씨도 "건물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참여연대는 80여명의 참가자와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입자 벙개 버럭'을 열어 전·월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 3년반 동안 집을 4번 옮기면서 월세와 전세 모두 경험했다"며 "지금도 세입자로 살고 있는데 세입자와 청년주거문제에 상당히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중산층 대상의 임대주택 사업 '뉴스테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법무법인 융평 김태근 변호사는 "정부는 소득분위로 따졌을 때 3분위에서 6분위까지 해당하는 중산층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만든다며 '뉴스테이'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서울 중구 신당동에 20평대 '뉴스테이'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보증금 1억에 월세 10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30만원 이상의 관리비까지 더하면 이 신혼부부는 매달 최소 130만원을 주거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뉴스테이' 임대주택은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이 아니면 사실상 들어가기 힘들다"며 "주거비 문제부터 해결해주지 않으면 저출산은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못 하면 지자체가 나서서 주거비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세입자 조직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주거생활팀장은 "청년들은 높은 주거비 때문에 도전은커녕 독립하기조차 쉽지 않다"며 "소득 수준을 떠나 정말 부자가 아니면 누구나 전·월세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