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이원화' 5년…고법판사→고법부장 나올까

황재하 기자
2016.01.21 08:03

[the L리포트][법관의 꽃 고법부장]① 인사 형평성 대두…23기 고법부장 제외 가능성

법원 상징. /사진=뉴스1

법원 인사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에 따라 임명된 고등법원 판사들이 사상 처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할 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다음달 11일 예정된 인사에서 고법 판사들 중 사법연수원 23기 2명을 고법 부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인사가 현실화되면 승진을 통해 고법 부장이 임명되는 첫 사례가 된다.

◇ 고법판사→고법부장 인사 주목…사상 첫 사례

앞서 대법원은 '지법 부장→고법 부장' 인사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도입했다. 2010년 12월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법관인사 이원화를 시행키 위한 법관 인사규칙을 의결한 것이다. 지법 부장급 판사들에게 자원을 받아 고법 판사로 임명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대등재판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2011년 2월 정기인사에서 처음 고법 판사를 선발했다. 도입 첫해 연수원 23~25기가 지원 자격을 얻고, 이듬해부터 24~26기, 25~27기 등 매년 3개 기수가 순차적으로 대상이 됐다.

아울러 23기와 24기는 1~2년 동안만 고법 판사로 지원할 자격을 얻었던 점을 고려해 '지법 부장→고법 부장' 인사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25기부터는 이같은 방식으로 고법 부장이 될 수 없다.

기존 고법 부장 인사 방식과 법관 이원화에 따른 인사 방식.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지법부장-고법판사 간 형평성 문제 대두

문제는 지법 부장과 고법 판사들 사이 형평성이다. 이는 고법 판사들의 동기인 지법 부장들이 올해 처음으로 고법 부장 인사 대상이 되면서 불거졌다.

대법원은 행정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23~24기 지법 부장들이 고법 부장에 오를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고법 판사들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순서가 돌아온 23기 가운데 지법 부장들만 고법 부장 자리에 오르면 동기인 고법 판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23기 고법 판사들도 고법 부장으로 승진시키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승진으로 비춰지는 고법 부장 인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관인사 이원화를 도입했는데, 그 일환으로 신설한 고법 판사가 고법 부장으로 승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초 대법원이 '지법 부장→고법 부장' 인사를 없애기로 정한 것은 사법부 안팎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 차관급 고법부장…인사기회 놓치면 '줄사표'

지법 부장에서 고법 부장으로 이동하는 인사는 명목상으로 전보지만, 실질적으로는 승진으로 평가받는다. '초임 판사→지법 부장→고법 부장→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인사 과정에서 가장 문이 좁다. 고법 부장이 되면 차관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등 처우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지법 부장들은 3차례의 고법 부장 인사 기회를 놓치면 관행적으로 줄사표를 낸다. 예를 들어 2013년 처음 인사 대상이 된 20기 가운데 몇몇은 3년째인 지난해에도 고법 부장 인사에 포함되지 못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법원에 남아 정년을 맞을 수도 있지만, 후배들이 고법 부장으로 임명되며 자신을 추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에 비해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명예나 사명감을 바라보고 일하던 판사들은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데 큰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법관 이원화' 평생법관제 안착 걸림돌 우려…"23기 고법부장 인사 유예 가능성"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인사 이원화를 도입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 고법 판사가 고법 부장으로 승진하면 제도를 개선한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진다. 경험 있는 판사들이 줄줄이 사퇴해 전관 변호사로 활동하고 평생법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는 23기 고법 판사를 고법 부장으로 승진시킬지 여부를 둘러싸고 방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가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미루기 위해 23기의 고법 부장 인사를 모두 한 해 유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의를 밝힌 고법 부장 이상 판사들이 5명 안팎으로 예년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사항은 물론 그 방침에 대해서도 발표 전까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음달 초 11일자 고법 부장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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