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집중해부] 애물단지 우리사주 보물단지 되나

박보희 기자
2016.02.02 07:51

[the L리포트]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일부 대기업 조합 혜택볼 듯"

지난 21일부터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따라 우리사주조합원은 우리사주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적립식 우리사주 저축상품도 만들어졌고, 주가가 떨어져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우리사주가 실제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우리사주 대여·원금보장 상품가입 가능

우리사주는 직원이 자기회사의 주식을 취득 보유하는 제도다. 배당과 주가 상승 등을 통한 근로자의 재산형성,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 등을 목표로 지난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을 만들며 도입됐다. 직원이 자기 회사의 주주가 되면 회사의 성장을 공유할 수 있으니 주인의식도 생기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제도가 시행된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사주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우리사주예탁조합수는 2103개로, 이중 251개가 상장법인이다. 나머지는 코스탁법인(272개)과 기타법인(500개)이다. 우리사주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우리사주를 도입한 기업 중 실제로 직원이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37%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유로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과 주식을 되팔아서 현금화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사주 제도의 본질적인 약점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라며 "해고위험에 자사주 보유로 인한 손실위험까지 이중적인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사주는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유상증자를 할 때 직원들에게 먼저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준다. 회사가 돈이 필요하거나 대외적으로 잘 보여야 할 때 우리사주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때문에 우리사주를 사고 나서 주식 값이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증권금융 조사에 따르면 의무예탁기간(1년)동안 이익보다 손실을 본 조합수가 10% 정도 많다.특히 상장을 앞두고 우리사주 청약률이 공모 흥행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기때문에 직원들에게 억지로 할당을 해 팔기도 한다.

상장사는 그나마 괜찮다.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장외거래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식이 있어도 돈으로 바꿀 수가 없으니 직원 입장에서 큰 돈들여 우리사주를 사기는 어렵다. 한국증권투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기준 우리사주를 구입한 근로자의 70.9%는 금융기관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살 돈을 마련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근로복지기본법과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안 중 실제 근로자에게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은 대여제도와 소득공제 가능한 적립식 저축상품, 손실보전상품 등이다.

다만 이 모든 제도는 우리사주조합원에게만 해당된다. 개인적으로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어도 조합에 가입돼있지 않다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의 84.9%, 코스닥법인의 79.9%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한 반면 비상장법인은 0.3%만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었다.

◇우리사주 빌려주고 매달 수수료 받기…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우리사주조합원이 당장 관심을 갖을만한 것은 '우리사주 대여제'다. 근로복지기본법 제43조에 따라 우리사주를 사면 수탁기관에 최소 1년 이상 맡겨놔야 한다. 이 기간동안 주식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팔거나 현금화할 수 없다.

우리사주 대여는 이렇게 예탁 중인 우리사주를 수탁기관(한국증권금융)을 통해 필요한 곳에 빌려주고, 그 대신 수수료를 받는 제도다. 즉, 우리사주조합이 한국증권금융에 대여 신청을 하면, 한국증권금융은 금융투자회사 등 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이 필요한 기관 등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때 우리사주를 빌려줘도 의결권이나 배당금 수령권, 신주인수권 등 모든 권리는 소유주인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있다.

우리사주 전담수탁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1일 '우리사주 대여시스템'을 만들어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사주조합원들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직접 대여 신청과 반환, 대여내역, 수수료 등 관련 사항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학인할 수 있다.

<우리사주 대여 방식>

한국증권금융은 현재 대여 가능한 주식은 시가 기준 약 4조원으로 앞으로 2~3년 안에 약 1조원 수준의 유가증권 유동성을 증권대차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차거래는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임판주 한국증권금융 우리사주운영팀장은 "수수료는 종목마다 다르고 약정을 맺으면 매달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며 "시장평균 대여 수수료율을 2% 수준으로 봤을 때 약 200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는 주식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정해진다. 시장에서 많이 찾는 주식은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인기가 없는 주식은 수수료가 낮거나 대여 자체가 안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평균 대차거래 잔고는 약 54조원이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최근 3개월간 대차거래내역 상위 10개 종목은 셀트리온과 다음카카오, 바이오메드 등으로 전체 코스닥 시장 대차거래 잔고의 45.93%에 이른다. 유가증권 시장 상위 10개 종목은 BNK금융과 현대상선 등으로 유가시장 대차거래 잔고의 7.73% 수준이다.

결국 시장에서 관심있는 상위 몇 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여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류제강 전국우리사주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대여를 해주고 은행 이자 정도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요처가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라며 "일정 수준 이자율을 보장해주는 상품이 있다면 생각해보겠지만 아직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차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장기업 위주로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상장기업의 경우 유통시장을 만들자는 논의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값 하락 대비 손실보전상품…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무예탁 기간에 우리사주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제24조의3과4는 우리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에 가입해 취득가격의 50% 이상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투자회사에 드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비용은 손실보전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물론 손실보장을 많이 해줄수록 비싸진다. 이 연구위원은 "예를들어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청약을 할지말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증자를 하고 1년 안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때문에 우리사주 취득을 꺼려할 수 있는데 일정부분 손실을 보전해주는 일종의 보험을 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주가가 주식을 살 때보다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않으면 원금을 보전해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주가가 떨어져도 정해진 가격으로 할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실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다. 가격변동에 대비해 상품을 만드는 금융투자회사도 위험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파생상품 시장 사정상 일부 대기업이 아니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류 사무국장은 "주가 변동이 큰 회사라면 생각을 해볼만 하겠지만 이미 조합을 결성한 상장사들에게 보험이 필요할 지는 미지수"라며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들에게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저축'으로 소득공제 받기…연간 400만원까지 가능

'우리사주 저축상품'을 이용하면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조합원이 조합과의 약정에 따라 1~3년 이내 일정 금액을 우리사주조합기금에 적립해 우리사주를 구입하는 자금으로 활용하는 상품이다.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라 약정 기간이 끝나면 6개월 안에 우리사주를 사야 한다. 만약 약정기간이 끝나기 전에 돈을 빼거나 약정기간 이후 우리사주를 사지 않으면 소득공제 받은 금액은 되돌려줘야 한다.

저축 상품인만큼 이자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바뀐다. 지난 29일 기준 3년 만기 저축상품 금리는 1.42% 수준이다. 만기가 됐을 때 원금에 이자를 합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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