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또 '전관예우' 논란…관행이 미덕인 시대는 갔다

문영재 기자
2016.05.30 03:30

[the L]

법조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에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들 전관 변호사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힌다. 단일사건 수임료로 100억원이 오갔는가 하면 개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년 반 동안 무려 250억원의 수입을 거뒀다는 소리도 들린다. 웬만한 사람들은 평생 구경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다. 전관비리다.

특히, 홍만표 변호사는 공직을 떠난 뒤 5년 만에 시가 100억원대의 오피스텔을 보유하면서 일약 '부동산 재벌'로 떠올랐다. 이쯤 되면 전관 2년안에 100억원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법조계 안팎의 속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탐욕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급기야 공직 퇴임 변호사들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법조윤리협의회가 전관 출신 변호사 283명의 수임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회는 조사결과 불법행위가 드러난 전관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그러나 협의회의 이런 움직임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전에도 전관비리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유야무야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명명된 변호사법 개정안(2011년)이 대표적이다.

법조계의 고질병인 전관비리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당사자들이 전관예우를 잘못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병폐로 지탄받지만 정작 전관예우라는 명목으로 거래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죄책감이 없다. 탈법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점도 이들에게 금상첨화다. 이른바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전관비리를 막기 위한 해법도 이미 나와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기반해 받는 자와 주는 자 간 구조적 연계를 통해 유지되는 전관비리는 주는 자가 전관에게 예우(?)를 안 하면 된다. 결국 전관비리 논란을 잠재울 열쇠는 현직 고위 판검사에 있다. 이들이 "부패의 연결고리를 내 선에서 끝내겠다"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서글픈 노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법이 돈과 전관, 법조브로커들에 춤을 추는 한 국민은 수사와 재판을 신뢰하기 어렵다. '법 앞의 평등'이 사라지는 순간 사법 정의는 요원하다. 지금도 부족한 일감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변호사, 사무실 운영비조차 벌지 못하는 변호사들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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