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朴대통령 강행 차관급 인권위원, 알고보니…

방윤영 기자
2016.12.14 11:50

최혜리 위원, 과거 "민간인 학살, 배상 못해" 주장… 학계·시민단체 "인권 의식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임명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이 과거 민간인 학살사건에서 정부를 대변해 유가족 보상에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11월29일 보도朴대통령, 이 와중에 인권위 차관급 임명 논란…인권위 "난 몰라"참고)

14일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법원·서울가정법원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던 최혜리 인권위 상임위원(51·차관급·사진)은 인권 활동 경력이 없고 국가·행정소송 업무를 주로 담당해와 인권위 위원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머니투데이 확인 결과 최 위원은 2008년 지방자치단체·공공법인 소송 전담 국가 로펌인 '정부 법무공단'에 재직할 때 '울산 보도연맹 사건' 변론을 맡았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울산에서 보도연맹 소속 민간인 870여명을 좌익세력으로 몰아 집단 총살하고 암매장한 일이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진상 조사 결과 국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울산 보도연맹 유가족 482명은 2008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 상임위원은 정부 편에서 1·2심 변론을 담당했다.

당시 최 위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변론했다. 손해배상 청구 시효 3년이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손해배상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효력이 있다.

법리 다툼은 대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종결됐다. 대법원은 "처형자 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해 진상을 은폐한 피고(국가)가 뒤늦게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가 유가족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변호사로서 누구든 변론할 수는 있지만 이 같은 이력을 지닌 사람이 인권위 상임위원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성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유엔(UN)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전쟁범죄나 고문·학살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시효를 배제 하도록 돼 있다"며 "최 위원은 인권 의식·규범이나 국제 인권법 등에 아무 관심이나 생각이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최 위원이 약자나 인권을 위해 활동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정부 입장에 섰다는 점을 볼 때 인권위 위원으로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최 위원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인권 대 반인권'의 이분법적 시각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이어 "울산 보도연맹 사건은 국가가 자행한 민간인 학살로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피해구제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당시 법무공단 헌법 행정팀 소속 변호사로서 배당받은 사건을 변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 위원은 경남 산청 출신이다. 최 위원 임명 당시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남 산청 출신이다. 최 전 수석의 삼촌이자 박 대통령의 자문그룹 7인회 멤버인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도 경남 산청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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