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데에는 증인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회 변론까지 대심판정에 나온 증인 25명은 국회가 주장한 탄핵사유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최순실씨(61·구속기소) 측근으로 활동했던 차은택씨(48·구속기소)는 이번 탄핵심판 8회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짜맞춘 듯이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차씨는 "최씨가 프로젝트를 적어 가지고 와 기획을 시키면 기획이 보여지는 시점에 대통령이 나타났다"며 "이런 구조에 대해 나도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또 차씨는 미르재단이 이사회 의결이 아닌 최씨가 적어둔 메모에 따라 운영됐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최씨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문화융성사업 공무원들이 일을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2015년쯤 재단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고 한다. 차씨는 "그러다가 정말 생긴 것이 미르재단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의결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씨가 포스트잇에 적어온 대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12회 변론에 나온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박헌영 과장도 최씨가 K스포츠재단을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그 과정에서 최씨가 청와대 자료를 수시로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대통령이 몇 시에 어느 장소를 가는지는 극비문서에 해당하지 않나"라며 "최씨가 그런 시간표가 있는 자료를 저한테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 부장은 최씨가 청와대 문건을 검토하는 모습을 봤다는 이유로 면박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노 부장은 "그때 최씨가 제 컴퓨터로 (청와대 문건을) 보고 있었다"며 "제 컴퓨터라서 지나가면서 봤는데 최씨가 '함부로 보면 안 되는 건데 왜 남의 것을 함부로 보느냐'고 매우 화를 냈다"고 말했다.
두 재단 설립에 깊이 관여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상근부회장은 8회 변론에서 법보다 청와대가 무서워 위증을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이 언론에서 문제가 되자 '재단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다 '청와대 지시였다'고 말을 바꿨다.
이 부회장은 대심판정에서 "제가 이미 검찰에 갈 때쯤엔 문화체육관광부나 저희(전경련) 직원들이 가서 사실을 진술해서 검찰이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청와대 요청에 의한 언론발표를 유지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은 헌재 대심판정에서 최씨가 비선실세였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는 저희 입장에선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라며 "이 분이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고위공무원 인사 등 문건을 건넸다고 시인하면서 "대통령 뒤에서 조용히 돕는 사람으로서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고 인정하면서 "의견을 들어서 개선하려던 것인데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웃기도 했다.
해당 증언들은 탄핵사유 중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국정을 맡겼다는 '비선조직에 의한 국민주권주의 위반'과 최씨를 위해 대기업 자금을 끌어모아 재단을 설립했다는 '대통령 권한남용'과 직결돼 있었다.
헌재는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하면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면서 오히려 비난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의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