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천을 기준으로 이쪽 방향은 임대주택이 많고요, 건너면 값이 나가는 현대식 주택이에요. 젊은 전문직들이 요즘 많이 살아요. 그러다보니 중간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 두고 말이 많죠.”
영국 런던 이즐링턴 자치구는 소위 ‘힙’한 곳이다. 최근 벌이가 좋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기 주거지인데, 그 옆에는 기존 임대주택도 있다. 양쪽 주민 간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도 생긴다. 빈부 계층간 충돌이다.
약 10년간 운영된 어린이 놀이시설 관계자는 자신들이 그 갈등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은 경제 취약계층이 많은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무료로 언제든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다. 누구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법한데 잊을 만하면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비싼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아이들 뛰어놀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거죠. 또 어떤 사람은 집값 걱정을 해요. 이런 환경이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속상하죠.”
이야기를 듣다보니 빌라에 사는 친구를 ‘빌라거지’(빌거)라고 부른다는 우리 사회 모습이 겹친다. 경제 수준이 극명하게 차이나는 주민들이 같은 지역에 살면서 겪는 불화와 갈등은 우리 만의 것은 아니었다. 이런 갈등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마저 닮았다.
그럼에도 영국와 우리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민원에도 이 놀이시설이 10년 가까이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내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지켜가겠다는 시민이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바탕에는 공동체 의식이 있다.
머니투데이가 창간기획으로 마련한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사가 전문가 대담을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호응도 많았지만, ‘놀이터 만드는 게 중요한가?’ ‘키즈카페도 있잖아.’ ‘놀이터에 가봤자 노는 친구도 없을 거다.’ 등의 반응도 적잖았다.
놀이터는 단순히 아이가 그네를 타는 공간이 아니다. 사회가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 아동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도 많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