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포괄적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가운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의 대부분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부분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부정한 청탁'과 관련,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삼성그룹의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개별 현안이 이 부회장의 삼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 작업과 관련한 포괄적 정부 정책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것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 "이 부회장 등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씨와 공모에 따른 정유라씨 개인에 대한 지원 요구임을 알고 있었던 점, 거액의 용역대금 등을 최씨가 지배하는 코어스포츠 또는 최씨에게 귀속시킨 점, 최씨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은밀하게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하면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여부도 핵심 쟁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간 이익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이 미흡한 경우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며 승마지원이 이뤄진 뒤 감사의 뜻을 전한 점, 최씨로부터 삼성의 지원 진행상황을 계속 전달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두 사람 사이에 정씨 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에서 금품을 받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최씨가 받은 금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재센터에 대해서는 "영재센터 후원계약의 타당성이나 사업의 공익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삼성 의사결정 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이 부회장 등의 의사결정에 의해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서는 "두 재단이 최씨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이에 적극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 부회장 등이 최씨가 재단들을 장악했다는 점을 미리 알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적극·능동적으로 응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여러 대기업에 출연 요청을 하면서 유독 삼성에만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한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결국 재판부는 승마 지원액 가운데 72억9427만원 정도만 뇌물로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총 213억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78억원 상당을 건넸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약속액 전부를 뇌물로 보기는 어렵고 마필수송차량은 소유권이 삼성전자로 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5억여원을 제외했다.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2800만원 상당은 전부 뇌물로 간주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이 부회장 등의 부수적인 혐의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와 정씨를 모른다" 등의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전부 유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