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을 가입한 후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에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기간은 그 위반 사실을 실제로 안 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와 세 자녀가 C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의 남편 B씨(2022년 4월 사망)는 2014년 5월 C보험사와 45년간 상해사망 가입금액 1억5000만원으로 하는 보험계약(보험 수익자는 사망 시 법정상속인)을 체결헀다.
그런데 B씨가 기관장으로 탑승한 배가 2022년 4월 대만 해상에서 불상의 이유로 조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이튿날 대만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A씨와 세 자녀는 2022년 6월 보험사에 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같은 해 7월 '선원의 직무상 선박 탑승 중 사고'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 직업 또는 직무 변경이 있는 경우 보험사에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으로 중과실이 존재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가 계약 체결 당시 B씨가 배를 타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는 것이다.
이후 보험사 측은 보험계약 체결 후 '계약 후 알릴 의무' 및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규정을 근거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와 세 자녀가 2022년 6월3일 보험사에 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할 당시에 보험사 측이 망인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을 알았는지 하는 것이었다.
관련 규정에선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5000만원, 자녀 세 명에게 각각 3333만3330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약관에 관해 B씨에게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어 면책약관에 따른 보험금 지급 거절 및 통지의무약관에 따른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해지는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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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법원은 보험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했다. 2심 법원은 "보험사 측은 적어도 A씨 등이 구체적인 사망 사유를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한 2022년 6월3일쯤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그로부터 제척기간 1개월이 경과한 후인 2022년 7월13일에 이르러서야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므로 해지권 행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파기 환송했다.
먼저 대법원은 "해지권 행사기간은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라며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그와 같은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보험자가 알게 된 날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A씨 등이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B씨의 '직무 외 1회성 선박 탑승'을 주장했으므로 보험사로서는 B씨 직업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로부터 변경된 사실을 쉽사리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보험금 청구서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즉시 B씨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 도과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는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의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원심 법원에서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보험사 측의 보험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커서 A씨 등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