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판사를 동원해 법원 직원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이 수사기밀 유출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대구지법 포항지원 나모 부장판사가 2016년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한 법원 집행관 비리 사건의 수사기밀을 유출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나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고 임 전 차장이 지시한 내용의 자료를 구해 이를 복사한 후 보고 자료를 만들어 임 전 처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검찰은 법원 집행관사무소 소속 직원 10명이 강제집행을 하면서 노무 인원을 부풀려 청구하고 인건비를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벌였다. 임 전 처장은 검찰이 집행관 비리 수사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나 부장판사에게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나 부장판사는 이에 영장전담 판사로부터 수사보고서, 영장 청구 및 계좌추적 상황 등을 빼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심지어 나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면서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당사자인 집행관사무소 직원에게 미리 알려져 이 직원이 검찰의 영장 집행 전 도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이른바 '거점 법관'으로 삼고 수사 및 재판 정보를 보고받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에 광범위하게 활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나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2013년∼2014년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제1·2심의관으로 근무했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민감한 판결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받은 것도 임 전 차장의 지시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최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심리 기간 중 임 전 차장으로부터 헌재 내부의 평의 내용과 각 헌법재판관 발언 등의 정보를 취합해 보고할 것을 지시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에 파견가 있던 최희준 부장판사를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내용은 임 전 차장을 거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동원해 각종 수사 및 재판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윗선'에 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거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임 전 차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고위직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