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더하네" 고신용자만 대출 내줬다…서민금융기관의 배신

"은행보다 더하네" 고신용자만 대출 내줬다…서민금융기관의 배신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박소연 기자
2026.05.08 08:20

[MT리포트]끊어진 대출사다리 (下)

[편집자주] '잔인한 금융'의 공범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용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포용금융'을 제도화할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왜 대출이 절박한 사람이 더 비싼 이자를 내는가'라는 대통령의 도발적 질문은 이제 금융의 ABC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대출시장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금융지주 보다 커진 '공룡' 상호금융...흔들리는 서민금융기관 정체성
업권별 신용대출 보유차주 비중/그래픽=윤선정
업권별 신용대출 보유차주 비중/그래픽=윤선정

상호금융 vs 타업권 총자산 비교/그래픽=이지혜
상호금융 vs 타업권 총자산 비교/그래픽=이지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김용범 정책실장)

지난 4일 김용범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서 비판한 '서민금융기관'은 사실상 상호금융권을 겨냥한 것이다.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이 실장이 언급한대로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받고 '서로 아는 관계'인 관계형 금융을 하도록 설계된 금융회사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졌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지난해 1조원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은행보다 고신용자 대출쏠림이 더 심각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 비중은 23.7%로 지난 10년간 5배 불어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의 지난해 총자산은 1072조원으로 10년 전 530조원 대비 2배로 급성장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전체 총자산 944조원을 넘어선 규모이며 KB금융지주(722조원)도 추월했다. 특히 상호금융권 중 농협(563조원)의 총자산은 NH농협금융지주(523조원)보다 많고, 심지어 우리금융지주(527조원)보다 덩치가 더 크다.

상호금융권은 예탁금 비과세혜택을 바탕으로 단기간 몸집을 불렸다. '완도수협'이 서울 잠실지점을 내는 식으로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전국구 수신이 가능하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나 주담대, 집단대출 재원으로 활용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상호금융은 관계형 금융, 즉 '서로 아는 관계'를 전제로 차주의 정성적 신용평가를 통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실제론 아파트나 상가 등 담보대출 위주의 안전한 대출만 해왔다. 이로 인해 상호금융 여신 중 부동산·건설업 비중은 지난 2015년 4.9%에서 지난해 말 기준 23.7%로 5배 확대됐다. 관계형 금융이 아닌 비조합원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2.0%에서 40.7%로 늘고 있다.

관계형 금융의 대표 지표로 볼 수 있는 신용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에서 중신용자 대상의 중금리대출은 지난해 7100억원에 그쳤다. 저축은행과 여전업계가 경기침체 와중에도 8조원, 9조원을 공급하는 동안 상호금융은 중신용자 대출을 사실상 '개점휴업'한 셈이다.

더구나 상호금융이 취급한 신용대출을 뜯어보면 대부분 초고신용자에 집중됐다. 신용점수 900점대 대출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45.6%)하며 800점대도 35.5%에 달한다. 신용도 최상위권에 대출의 80%를 내줬다. 은행보다 더 고신용자를 좋아하는 유일한 업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호금융 중앙회를 통해 집행되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의 대출건수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정체성을 잃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을 예고했다. 정부의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은 비과세혜택 축소 및 폐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을 하라고 정부가 허용해 준 세제혜택이 비조합원 고신용자에게 돌아가고, 관계형 금융이 아닌 부동산 금융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에서 상호금융권 스스로 구조개혁의 빌미를 줬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 관계형 금융을 하면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고 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심한 질타를 받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담당자 징계 등에 대한 보완대책과 함께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규제 다 지키고 있지만 '체리피킹' 저격당한 인뱅들, 왜?

-인뱅의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 역할 회의론

인터넷은행 3사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그래픽=최헌정
인터넷은행 3사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그래픽=최헌정

출범 10년을 맞은 인터넷은행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역할론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이 당초 설립 취지인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단 질타다. 다만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는 데다 메기로서의 역할을 한 부분을 인정해달란 입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인뱅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0%를 넘어서 당국의 규제를 충족한다.

하지만 인뱅들이 처음부터 설립 인가를 받을 당시 약속했던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을 공급해 왔던 것은 아니다. 대출의 90% 이상이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과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됐고 특히 사잇돌대출 공급액의 66%는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 차주에게 돌아갔다.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의 비중도 시중은행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후 금융당국의 개입이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2018년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은행에 약 1조 원 규모의 공급 목표를 제시했고, 2021년 5월엔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비중 기준을 도입해 2023년 말까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의 '말잔(기말 잔액)' 비중 목표를 달성하도록 했다.

2024년에는 관리 기준을 말잔에서 '평균잔액'으로 전환하고 인터넷은행 3사의 목표치를 30%로 일원화했다. 2025년에는 '신규 취급 비중 30%' 목표가 추가됐고, 지난 1월엔 신규 취급 비중 목표를현행 30%에서 2028년까지 35%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뱅 3사는 현재 강화된 당국의 규제를 모두 지키고 있다. 하지만 강요된 목표 달성이란 점에서 인뱅을 도입한 정책적 의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 인뱅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을 지키고 있지만 시중은행처럼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의 비중이 적지 않다. 총 여신에서 주택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케이뱅크 44%, 카카오뱅크 54.7%(이하 올 1분기), 토스뱅크 26.8%(지난해 말)에 이른다.

인뱅들도 할 말은 있다. 인뱅들은 출범 초기 데이터가 극도로 부족한 시기를 제외하곤 당국의 기준을 최대한 충족했고 안정적 수익 기반이 있어야 중저신용자 대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인뱅 관계자는 "출범 초기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많이 했는데 연체율이 크게 올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인뱅 관계자는 "출범하자마자 신생은행이 중저신용대출을 하긴 힘들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도 쌓인 게 없지 않나"라며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고 실제 시간이 지나며 현재는 3개사 모두 비중이 올라왔다"고 했다.

인뱅 3사 모두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기는 하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업계 최초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 기존 모형으로 거절된 중저신용 고객과 개인사업자 중 상환 능력을 갖춘 고객을 추가 선별해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평가모델(CSS)를 개발, 지난해 4월엔 '케이뱅크 CSS 3.0'을 도입해 대출 승인여부가 불분명한 '그레이존'에 속하는 중저신용 고객에게 더 많은 대출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2021년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토스 스코어링 시스템)을 도입, 중저신용자 대출 승인률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 총여신 중 주택관련 대출(주담대·전세대출 등) 잔액 비중/그래픽=최헌정
인터넷은행 3사 총여신 중 주택관련 대출(주담대·전세대출 등) 잔액 비중/그래픽=최헌정

인뱅들은 또 국민의 금융이용 편의성을 향상하고 혁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인뱅의 설립 목적 중 하나인 '메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뱅 관계자는 "과거엔 휴가를 내고 영업점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하고 수일이 지난 후에야 한도와 금리를 알 수 있었지만 인뱅 주담대 출시로 평균 3~4분이면 대출한도와 금리 조회가 가능해졌다"며 "경쟁력있는 금리와 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실수요자 및 취약계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1조 증발… 신용시장 '도넛 구멍' 대책 없네

-부동산 규제 못푸니 비효율적 인센티브만

저축은행 민간중금리 대출/그래픽=윤선정
저축은행 민간중금리 대출/그래픽=윤선정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 대출이 1년 새 1조원가량 사라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도넛과 같다'며 휑하게 뚫긴 신용대출 시장을 지적했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저축은행은 금리 단층을 잇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저축은행 업계가 취급한 민간중금리 대출 규모는 1조7235억원이다. 전년 동기(2조7467억원) 대비 1조232억원 감소했다.

중금리 대출 건수와 평균 액수도 줄었다. 지난 1분기 민간중금리 대출 건수는 15만5129건으로 전년 동기(18만652건) 대비 2만5523건 감소했다. 건당 평균 취급액은 같은 기간 1520만원에서 1111만원으로 409만원 줄었다.

중금리 대출은 대출 시장의 금리 단층을 해소하고 중신용자 대상의 자금 공급을 담당한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 16.51% 금리 이하로 대출을 내주면 중금리 상품으로 인정된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신용대출 시장을 '가운데만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 '중간 계단이 통째로 빠져버린 끊어진 사다리' 등으로 비유하며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머물러야 할 허리춤은 외면당한 채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중금리 대출은 김 실장이 지적한 허리춤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최근 민간중금리 대출 시장의 위축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이다. 금리는 더 낮추고, 공급량은 더 늘리겠단 내용이다.

먼저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금리 요건을 연 16.51%에서 올해 15.26%로 최대 1.25%P 낮춘다. 중금리 대출을 1과 2로 나누고, 중금리 대출 1은 저축은행 기준 연 12.16% 이하 금리로 제공토록 한다. 금리가 낮은 중금리 대출 1에는 영업구역 여신 비율 산출이나 예대율 산정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여기에 금융사 가계대출 총량 산정 시 중금리 대출 분량은 최대 80%까지 제외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로고.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로고. 저축은행중앙회.

정작 저축은행 업계는 이같은 인센티브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저축은행 중금리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은 '소득 1배수'로 묶인 신용대출 한도 규제여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완화 등 인센티브는 시장이 좋아질 때나 의미가 있다"며 "지금 저축은행은 예대율도 제대로 못 맞추고 대출 나갈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소득 1배수' 규제에서 제외되는 '중저신용자 전용 생활안정자금'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1000만원 이하 한도에 대출 실행일로부터 주택 구입이 한동안 금지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규제 일관성을 지키려고 신용대출 연 소득 규제는 건드리지 않다 보니 인센티브 부여 등 크게 의미 없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대출은 어차피 중금리 구간에 몰려있고, 규제만 풀리면 공급은 자동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용범 언급한 독일 슈파르카세·일본 지방은행, 뭐가 다른가

-지역중심 '관계형 금융' 주목

독일 슈파르카세·일본 지방은행 등 비교/그래픽=김지영
독일 슈파르카세·일본 지방은행 등 비교/그래픽=김지영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의 신용대출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독일 슈파르카세와 일본 지방은행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차주 신용점수와 담보물만 보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관계 등도 고려해 대출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 신용평가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같은 신용평가 모델을 써도 독일 슈파르카세나 일본 지방은행은 다른 결과를 낸다.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본의 성격과 운동장의 기울기에서 온다"고 적었다.

슈파르카세는 독일어로 '저축은행'을 뜻하는데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공공 성격의 금융기관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예금을 받고, 해당 지역 주민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대부분 슈파르카세 소유주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다. 소유와 책무가 지역에 묶여 있으니 단기 수익성만 쫓아 영업하지 않는다.

일본 지방은행도 관계형 금융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 지방은행은 대출을 내주려고 하는 회사가 지역에서 어떤 거래 관계를 갖는지, 대표자가 어떤 사람인지, 현금 흐름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한다.

가령 A 회사가 과거 1년 매출이 좋지 않았고, 담보도 충분하지 않다면 한국의 금융 모델에선 대출받기 쉽지 않다. 일본 지방은행은 이 회사가 지역에서 10년 넘게 장사했고, 거래처가 안정적이며, 향후 매출 회복 조짐이 있다는 점에 집중한다.

이같은 해외 모델을 한국 금융시스템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한국 저축은행들은 소유주가 금융지주, 외국계, 개인 등으로 이뤄져 있어 공적 성격을 갖는 슈파르카세와는 다르다.

관계형 금융을 한국에 이식하기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 한국 제도하에선 관계형으로 대출을 함부로 내줬다가 디폴트가 나면 담당자가 잘리거나 징계받을 수 있다"며 "연체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건전성 관리를 못 한다고 질타를 받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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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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