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벽1시, 조용했던 '이곳'이 광란의 클럽으로 변신했다

최동수 기자, 임찬영 기자
2019.03.31 14:49

강남구청 3월 한 달 5곳 적발…'단속 뜬다' 업계 소문 퍼져 적발 어려움

31일 새벽 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라운지 바 무대 앞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춤을 추고 있다. 이 사업장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 한 후 유흥업소처럼 운영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청의 단속에 걸렸다. /사진=최동수 기자

#지난 30일 밤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라운지 클럽. 지하 1층 50여평 공간에 200여명이 몰렸다. 테이블 좌석은 이미 만석이지만 서서 음악을 즐기는 이른바 '스탠딩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자정이 되자 클럽은 사람들 틈을 비집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지난 31일 새벽 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라운지 바. 평일 조용했던 사업장은 토요일 밤 클럽으로 변했다. 밴드가 공연을 시작하자 15평 남짓 무대로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같은시간 클럽 밖에는 수십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클럽 출입구에 '객석을 이탈해 춤추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는 안내문은 무색했다.

'버닝썬·몽키뮤지엄' 사태가 두 달을 넘어섰지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유흥주점으로 운영하는 꼼수 영업이 강남 일대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31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제보를 통해 입수한 요주의 일반음식점 27곳을 단속한 결과 5곳이 적발됐다. 적발된 곳은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놓고 유흥주점처럼 손님들이 음식점 안에서 객석을 벗어나 춤을 출 수 있도록 한 사업장이다. 식품위생법 상 일반음식점은 음식을 먹는 자리를 뜻하는 객석에서만 춤을 출 수 있다.

강남구청 한 관계자는 "변칙영업을 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노려 불시에 단속을 나갔더니 일부 사업장에서 사람들이 객석을 벗어나 춤을 추고 있었다"며 "하지만 업자들 사이에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유흥주점 영업을 잠시 중단한 곳도 있어 꼼수영업 사업장이 더 많을 것"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후 사실상 유흥업소처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 앞 안내문. /사진=최동수 기자

실제 집중 단속 기간인 지난 주말 강남 일대 사업장들은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클럽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30일 밤과 31일 새벽 찾은 사업장 2곳은 최근 구청 단속에 적발됐지만 이날도 변칙 영업 중이었다. 출입구에는 '스탠딩 손님 제한', '객석 이탈하여 춤추는 행위 금지' 등 안내문이 있었지만 사업장 안에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이들 사업장은 단속에 걸리더라도 바로 행정처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행정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행정처분 결과 영업정지가 나와도 과징금으로 대체해 버린다. 행정처분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인 폐쇄조치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악용한다.

강남구에서 일반음식점이 유흥주점 영업을 하다 단속되면 첫번째는 1개월 영업정지, 두 번째는 3개월 영업정지, 세번째는 폐쇄 처분을 한다. 하지만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1년이 지나면 처분 기록이 사라져 1년에 3번만 단속에 당하지 않으면 된다.

서울시 한 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행정처분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꼼수 영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과징금을 더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객실' 안에는 무대장치, 음향 및 반주시설, 우주볼 등의 특수조명시설을 설치하여서는 안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음식점 객석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것이다.

강남구청 한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에서 객석을 벗어나 춤을 추는 행위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처럼 객석에 무대장치나 음향 및 반주시설을 허용하더라도 우주볼 등 특수조명시설 설치를 막는다면 춤을 추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아 처음부터 일반음식점이 아닌 유흥주점으로 신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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