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밤 중 내 차에서 애정행각이 처벌 대상?

유동주 기자
2019.09.01 06:55

[the L]변호사들 "새벽 1시 차안 애정행각, 공연음란죄 해당 안 돼…무리한 체포도 문제"

경북지역에서 한 공무원이 차안에서 한밤 중 애정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사건이 뒤늦게 논란이다.

개인 사생활까지 경찰이 침해하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과 함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이뤄진 애정행각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29일 새벽 1시경, 지방법원 앞 도로변 자신의 차안에서 여성과 애정행각을 하던 공무원이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경찰은 그 곳을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출동해 신분증을 요구했지만 제출을 거부해 체포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공연(公然)음란 혐의로 입건했지만, 법조계에선 무리한 수사관행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적 요건도 안 되는 긴급체포를 한 것부터 문제란 지적이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에 해당돼 긴급체포 요건인 '중대 범죄'에 속하지 않는다.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긴급체포를 하기에는 도주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혐의가 중대한 것도 아니어서 형사소송법상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이뤄지는 긴급체포 요건에는 맞지 않는다"며 "긴급체포가 아니라 현행범 체포로 연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경찰이 중대 범죄가 아니어도 현행범 체포하거나 긴급체포라며 연행해서 조사 후 당일에 바로 보내주는 경우가 제법 있다"며 "적절하지 않은 관행이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연음란죄' 혐의로 입건 한 것에 대해서도 법 전문가들은 비판적이었다.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려면 먼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볼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있어야 하고, 행위가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는 '음란성'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연성' 유무부터 문제된다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배 변호사는 "차 문을 얼마나 열어 놓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차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게 공연음란에 해당될 리 없다"고 말했다.

장지현 변호사(법률플랫폼 머니백)도 "공연음란죄에 해당되려면 '공연성'과 함께 '고의'라는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승용차 안에서의 행동을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애정행각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은 이상 일부러 보여주려는 의도로 열어 둔 게 아니라면 공연음란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장 변호사는 "공연성이나 고의의 유무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음란죄를 이유로 경찰이 현행범 체포까지 했다면 과잉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7년 소위 '누드펜션' 사건에서도 누드동아리 운영진과 회원들에 대해 "펜션 내부 공간은 사적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장 변호사는 "올해 초 자신의 집안에서 나체로 있었던 남성의 사례에선 외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이 인정되기도 했다"며 "외부에서 충분히 보일 정도로 문을 활짝 열고 애정행각을 하고 있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인적이 드문 새벽 1시라는 시간을 고려할 때, 차문이 일시적으로 열렸다 해도 고의로 차안에서의 애정행각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열어 놓은 게 아니라면 처벌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배 변호사는 "중대 범죄도 아닌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한 뒤 피의사실을 언론에 구체적으로 알리면서 공무원의 신원이 특정될 정도로 노출시킨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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