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아, 바람 쐬니까 좋아?"
2019년 봄, 밀양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온 땅콩이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땅콩이를 데려가던 이는 신혼부부였다.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하는 거였다.
두 사람은 땅콩이가 차에서 헥헥거리는 걸 보고 창문을 살짝 열어줬다.
살랑살랑대던 봄바람을 맞은 땅콩이는 기분이 좋은듯 활짝 웃었다. 바깥에서 나는 수많은 냄새들이 신기했는지, 이리 시원한 바람이 처음이었던 건지. 밀양시 보호소에선 그렇게 무표정하던 아이가, 고작 창문 틈새 바람에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웃는 걸 보고, 보호자들은 울컥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정말 내가 널 임보하는 동안엔 큰 사랑을 줄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많이 놀러다니자.'
땅콩이를 임보하게 된 건 눈에 자꾸 아른거려서였다. 우연히 유기견 단체 카페에서 땅콩이 사진을 본 뒤, 자꾸만 생각났다. 땅콩이가 미용을 한 뒤 버려진 것 같다고 했다.
임보하기로 결정한 날, 땅콩이를 데리러 갔다. 녀석은 생각보다 더 작고 말랐었다. 강아지가 처음인 보호자가 어찌 안아줘야할지 망설이니, 땅콩이가 먼저 다가와 얼굴을 핥고 꼬릴 흔들었다.
처음 산책하던 날은 잘 걷지 못해 품에 안은 채 공원을 몇 바퀴 돌았지만, 몇 번 반복하니 리드줄만 들어도 문 앞에서 좋다며 꼬릴 흔들었다.
임보하는 두 달 동안 땅콩이는 표정부터 달라졌다. 달라진 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땅콩이가 집에 온 뒤, 원래 대화가 많았던 부부는 땅콩이 얘기에 이야기 꽃을 더 활짝 피웠다. 땅콩이 엄마 보호자는 "공원도 안 갔었는데 땅콩이 덕분에, 매일 밤 한 손에는 땅콩이를, 다른 한 손에는 남편의 손을 붙잡고 산책을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임보 두 달이 지난 뒤, 땅콩이는 부부의 평생 가족이 됐다.
땅콩이가 가족이 된 뒤 2년이 넘는 동안 많은 추억이 생겼다.
부부와 땅콩이는 함께 제주도도 가고, 캠핑이 취미라 애견캠핑장도 갔다. 땅콩이는 친구들 놀 때 혼자만 가을을 즐기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식탐 대마왕으로 거듭나기도 하며, 아침 응가를 하러 1시간씩 산책을 하기도 한다.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뼈 밖에 없었던 땅콩이는, 부부와 함께하는 동안 건강한 아이로 변했다. 함께한지 이미 1년 반만에 몸무게가 2.3킬로에서 4.5킬로로 늘었다.
부부에게 생긴 또 다른 변화는, 땅콩이와 같은 친구들을 더 애정담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단 것이다. 밀양 보호소에 있던 쁘띠라는 친구를 또 임보해 평생 가족을 찾아줬고, 올림픽대로 한가운데 피흘리며 앉아 있던 여름이를 구조해 새 가족과 새 삶을 살게 해줬다. 땅콩이 엄마 보호자는 "어쩌면 땅콩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용기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늘 사람들이 저희 부부에게 말을 합니다. 땅콩이는 정말 복 받았다고요. 그러면 저희 부부는 늘 다시 말해요. 땅콩이로 인해 저희가 복 받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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