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유기동물들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구조, 입양, 회복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따뜻한 변화를 함께 느껴보세요.
유기동물들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구조, 입양, 회복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따뜻한 변화를 함께 느껴보세요.
총 19 건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다. 박신영씨는 우연히 버려졌다는 동물 공고를 보았다. 거기엔 이리 적혀 있었다. '고양이 샴. 수컷. 중성화됨. 회색. 2009년생. 2.8킬로그램. 기력 없음. 피부병. 매우 순함.' 귀가 쫑긋하고 얼굴은 갈색과 흰색 빛깔이 섞인 고양이. 사진 찍을 때 눈을 맞추지도 않은 힘없는 고양이. 녀석은 비쩍 말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랬다. 나이는 10살. 게다가 아프기까지 해 정말 아무도 안 데려갈 것 같았다.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보호 중이라는 경기도 수원의 한 동물병원에, 신영씨가 전화를 걸었다. "혹시 고양이를 한 번 보러 갈 수 있나요?"(신영씨) "시간이 없어요. 공고 기한이 다 되어서, 내일 시청에서 동물 수거할 직원이 와요."(병원 직원) "아…시청에 가면 어떻게 되나요?"(신영씨) "아마 연계된 동물보호소로 가서 안락사될 거예요."(병원 직원) ━"더 살고 싶어요" 말하듯…보자마자 달려와 몸을 비비었다━마음을 정할 새도 없
동그랗고 큰 눈이 갈 곳을 잃었다. 4개월 된 까만 새끼 고양이가 주차된 차 밑에 숨어 웅크려 있었다. 컴컴했던 겨울밤. 2020년 1월, 새해였고 연휴였다. 가족들이 모처럼 모여 연결되는 날. 따뜻한 명절 음식을 나누고 정겹게 대화하는 날. 불빛이 별처럼 총총 켜져 있던 아파트 단지 안. 그러나 그 온기가 모든 존재에게 동일한 건 아녔다. 까만 고양이가 그랬다. 영문도 모른 채 길바닥에 버려졌다. 별안간 홀로 살아남아야 했다. 차 아래에서 눈만 열심히 굴리며 덜덜 떨었다. 누군가 이 작은 고양이를 보았다. 다행히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다. 추운 날 굶주렸을 생(生)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나 옴짝달싹 안 한 채 떨고만 있던 고양이. 그러니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처음 보는 이 무릎에 폴짝, 거짓말처럼 뛰어올랐다━그 시간, 미래씨와 남편 신형씨 부부도 바깥에 나왔다. 집에 왔던 손님을 배웅하려던 거였다. 그 때 까만 고양이를 두고 고민하던 사람을 보았다. 뭘 먹이려,
너댓 정도의 작은 꼬물이들이 길바닥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바라보인 건 서울 연희동 어느 골목. 꼬물이들 엄마는 까만 믹스견, 유기견이었다. 바깥에 묶여 살다가 버려졌다고 했다. 아빠는 진돗개였다. 작은 생명들은 살려고, 차가워지는 아스팔트 바닥을 기어 본능적으로 젖을 물었다. 2020년, 쌀쌀해지던 가을 날이었다. 이를 본 누군가 신고했다. 엄마와 꼬물이들은 시 보호소로 가게 됐다. 이어 보호소에서 위탁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꼬물이 중 하나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다. 검사 결과 '홍역'이었다. 새끼 때 걸리면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질병. 10마리 중 9마리는 죽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길바닥 삶의 힘듦이 별 수 없이 몸에 새겨졌다. 겨우 길에서 꺼내었더니 이젠 아픔에 괴로워했다. 그 자그마한 몸으로 꼬물이는 약물과 주사를 다 견뎠다. 한창 사랑 받아야 할 날들에, 힘겹게 매일매일을 죽음과 싸웠다.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홍삼이'란 이름도 지어주었다. "홍삼아, 홍삼아, 살아야지,
8년 전인 2015년,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길 위에 사는 존재들에게 한없이 고단한 계절. 뒤지던 음식물 쓰레기도 얼어붙고, 운 좋게 보이면 소소하게 홀짝이던 물들도 다 차가운 얼음이 됐다. 수분이 부족하면 신장에 무리가 간다. 아프거나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다. 바깥은 그러기 쉬웠다. 눈이 동그란 회색 고양이도, 힘겹게 그해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먹을 걸 찾느라 길을 헤매었으나 부질없는 날이 더 많았다. 찬 바닥을 딛는 발걸음은 뗄수록 더 묵직해졌다. 그리 정처 없이 다닐 때였다. 서하씨 아버지가 배회하던 회색 고양이를 보았다. 그의 사무실 앞이었다. "어, 고양이네"하고 말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바깥을 내다보았다. 회색 고양이는 삐쩍 말라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했다. 등뼈가 드러나고 갈비뼈가 만져질 정도였다.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그걸 본 서하씨 아버지가 이리 말했다. 아마도 고양이가 좀처럼 길에서 들어보기 힘들었을, 다정한 말이었다. "우
벚꽃잎이 흩날리던 사월. 때는 2년 전이었다. 거리엔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려 입꼬리를 일렁이게 했다. 설레는 연인들. 웃음을 머금은 가족들. 이 시간을 기다린 이들의 표정도 활짝 피었다. 봄이라고 모든 존재가 다 포근한 건 아녔다. 같은 거리엔, 겁먹은 표정으로 종종거리던 꼬물이들이 있었다. 자주 두리번거리고 쳐진 귀를 쫑긋거렸다. 하얗고 털이 복슬거리던 세 강아지가 태어났다. 엄마 품이 필요할 나이건만, 곁엔 아무도 없었다. 놀랄 일 많은 길 위에서 평온한 건, 서로의 체온뿐이었다. 조마조마한 밤마다 작은 몸들을 켜켜이 포개며 보냈다. 누군가 그 광경을 봤다. 여기 강아지들이 있어, 버려졌나봐, 등의 말을 했다. 세 꼬물이들은 다음 거처로 옮겼다. 계속 안녕할만한 곳은 아녔다. 유기견 보호소였다. 태어난지 3개월 반쯤 됐던, 버려진 강아지들은 보호소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몸이 놓여진 순간, 10일이 주어졌다. 찾아가라며 공고하는 기한이었다. 그건 잃어버렸을 때나 가능한 거
킁킁거리며 산책하던 '뚜뚜'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섰다. 은희씨는 의아해 주위를 둘러봤다. 한 젊은 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뚜뚜는 젊은 남자만 지나가면 물끄러미 바라봤었다. 좋아하던 산책도 잠시 잊고서. 몇몇 일들로 은희씨는, 뚜뚜를 몰랐던 시절을 짐작했다. 예를 들면 화장실 휴지를 갈 때 말이다. 희한하게 빈 휴지심만 보면 좋다고 흥분하고 난리였다. 뚜뚜는 전자레인지 소리도 무척 좋아했는데, 다 돌렸단 '띵' 소리만 나면 은희씨 다릴 긁고 콩콩 뛰었다. 그 안의 음식을 달라는 거였다. 은희씨가 말했다. "뚜뚜의 과거를 유추할 수 있겠더라고요. 젊은 남자가 보호자였나봐요. 휴지심을 장난감처럼 던진 것 같고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음식들을 뚜뚜에게 준 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니까, 뚜뚜도 처음부터 유기견이었던 건 아녔다. ━공고번호 : 전남 - 광양 - 2018 - 00117━ 2016년에 태어난 뚜뚜는, 예전 주인이 키운지 얼마 안 돼 버려졌다. 다시 발견
9년 전이었던 2014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은진씨 동생이 그에게 말을 꺼냈다. "언니, 우리 강아지 키울까?" 은진씨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가 강아지 털 알레르기 있잖아. 안 돼!" 그리고 며칠이 더 흘렀다. 동생이 은진씨에게 이야기를 또 건넸다. "언니, 근데…강아지가 갈 곳이 없대. 그 가족들이 해외로 떠난다나 봐. 강아지는 안 데리고 간대." 자초지종을 들었다. 1살도 안 된 어린 스피츠 강아지였다. 둘다 직장에 다니는 젊은 부부가 키웠었단다. 텅 빈 집에서 자주 홀로 지냈을 하얀 강아지. 아직 어려 놀고픈 것도 가고픈 곳도 많았을 작은 강아지. 잘 참았건만 이젠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아예 가족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꾸꾸에게만 괜찮았던 '알레르기'…가족될 인연이었다━은진씨는 강아지가 맘에 걸렸다. 자꾸 신경 쓰였다.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데 파양이라니, 너무 안 됐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은진씨 부모님은 반대했다. 은진씨 아버지
2년 전, 무더운 7월의 여름날이었다. 식당을 하는 재이씨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 "끼이잉, 끼잉. 낑낑."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재이씨는 바깥으로 나가 귀를 기울였다. 낑낑낑,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땡볕에 한껏 뜨겁게 달구어진 트럭 한 대가 보였다. 다가갈수록 강아지 울음이 점점 커졌다. 뒤편으로 가보니 짐칸에 낡은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자그마한 강아지 넷이 헥헥거리며 애달프게 울고 있었다. 까망이, 밤색이, 섞인 아이. 귀는 얌전하게 아래로 늘어졌다. 눈이 마주친 뒤에도 녀석들은 큰 목청으로 울었다. 마치 살려달라는 듯이. 재이씨는 트럭 앞쪽에 놓인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트럭에 있는 강아지들 주인이신가요?" "네? 무슨 강아지요?" 트럭 주인은 금시초문이라 했다. 그와 무관한 일인 듯했다. 누군가 트럭 짐칸에 버리고 간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밥 먹던 강아지들…유기한 범인은 '할아버지'였다━누구 짓인지 따지는
검은 강아지가 꿈틀거렸다. 엄마 젖을 찾아 본능적으로 빨았다. 살려는 작은 몸부림. 시간이 흐르자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세상의 빛을 처음 보게 됐다. 이윽고 알아챈 건 다른 개들이 굉장히 많단 거였다. 모습이 비슷한 개, 다른 색깔의 개, 훨씬 큰 개, 활발히 다니는 개, 구석에서 움츠러든 개까지. 꼬물이는 겁이 많았다. 그걸 본 이가, 검은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줬다. "포카혼타스처럼 용감한 여자 멈머(강아지)로 자라렴." 그걸 줄여서 '포카'라 불렀다. 포카는 조금씩 자라났다. 귀는 덮히고 눈은 동그래졌다. 털이 보송보송해졌다. 천진난만했다. 젖을 찾아 엄마에게 향했다. 그러나 밥그릇 근처만 가면 엄마는 호되게 굴었다. 배를 곪아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다. 느긋히 끼니를 챙길 수 없는 환경이었으므로 예민했다. 그 신경질이, 때론 작은 강아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 별수 없이 엄마와는 일찌감치 분리돼야 했다. 실은 엄마는 버려진 개였다. 좋은 엄마 노릇을 하는 것도 그럴만한 환경
품종 좋은 까만 프렌치불독 새끼를 생산하기 위한 어미 개. 주연씨를 만나기 전 '콩지'의 쓰임이 그랬다. 혈통 좋은 강아지들끼리 교배를 시켰단다. 콩지는 새끼를 반복해서 낳아야 했다. 낳으면 데려가고, 팔고, 또 낳게 했다. 2012년 4월에 태어나 6년 동안 6번이나 그리 새끼를 낳았다. 2018년 콩지는 마지막으로 새끼를 낳았다. 그걸 팔던 인간 관점에선 쓰임이 다했다. 그러자 주인은 콩지를 경기도 파주에 버렸다. 이듬해인 2019년 2월, 한겨울이었다. ━7.6㎏, 영앙실조 상태로 구조된 '콩지'━당시 콩지 몸무게는 고작 7.6㎏였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였다. 피부염과 외이도염(귓병)이 굉장히 심했다. 젖은 심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동안 새끼를 많이 낳은 후유증이었다. 다행히 구조가 됐다. 동물보호단체 '행동하는 동물사랑'이 콩지를 살려 보호하게 됐다. 그 무렵 주연씨는 오랜 직장을 그만뒀었다. 그 여파인지 삶이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난임으로 인해 부부 사이도 다소
은지씨가 강아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공사 중인 회사 창고에서였다. 갈색 빛깔에 두 귀가 커다랗고 털이 수북했던 작은 강아지. 녀석은 군만두를 입에 물고 도망치고 있었다. 목줄도, 방울도 하고 있길래 처음엔 '보호자가 있구나' 했단다. 그 강아지는 보호자가 버렸다고 했다. 동네에서 일하는 이가 강아지를 돌봐주고 있었다. 그는 은지씨에게 말했다. "혹시 누가 강아지 괴롭힐까봐 목줄을 해둔 거예요." 돌보던 이는 강아지를 털보라고, 지나가던 이들은 방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챙겨줬더니…출퇴근 시간마다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왔다━은지씨는 강아지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버려진 작은 존재가 애달프고 딱해서, 저절로 마음이 가서였다. "주로 맛난 간식으로 꼬셨었지요(웃음). 아침 출근길에 버스서 내리면 밤새 더러워진 물을 갈아줬어요. 예뻐해주고요." 그리한지 하루하루 친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똑똑한 강아지가 마중을 나오기 시작했다. 은지씨가 회사에 출·퇴근하는 시간을 귀신
그해, 그러니까 2017년 여름, 보굠이는 경기도 파주 한 유기견 보호소에 있었다. 푹 찔듯이 무더웠기에 '생존 미용'을 해야했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털을 깎는 것. 특히나 깎아야 할 아이들이 있었다. 이 계절이 다 지나도록 입양되기 힘들 것 같은 녀석들. 입양도 임시보호 문의도 별로 없어, 아마 서너 달쯤 이어질 더위를 보호소에서 견뎌야 할 유기견들. 보굠이도 털을 깎아야 했다. 파주 시골 어딘가에 버려졌다가 보호소로 온 유기견이었다. 입양이 상대적으로 더 힘든 중대형견에, 추정 나이는 당시 6살에, 별명은 '선비'였던 하얗고 털큰(털 많고 큰) 개. 그러니 여름나기를 위해 생존 미용이 필수였다. ━신경 쓰였다,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 개가━희영씨는 보굠이가 어쩐지 신경 쓰였다고 했다. 연(緣)이 닿아 이어지는 데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뭔가 있었을 거였다. 유기견 보호소의 삶. 24시간 중 개들의 자유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단다. 견사 문을 열면, 개들은 통로에 나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