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고2 딸, 눈빛이 수상…"혹시 마약?" 母제보로 시작→131명 검거

김도균 기자
2023.06.17 07:00

[베테랑]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마약수사2계 1팀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14일 오후 3시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마수대). 박남규 마수대 마약수사2계 1팀장(52?경감)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2021년 4월 한 중년 여성과 노년의 여성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를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어머니와 외할머니였다. 이들은 마약수사대 팀장을 맡고 있는 박남규 경감(52?이하 박 팀장)을 붙잡고 "우리 애가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이자 손녀인 A양이 1주일 정도 가출했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했는데 귀가할 때마다 눈빛과 말투가 이상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내 자식의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할 수 있나. 나중에 손자·손녀의 일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친 마약 범죄를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결심했다.

박 팀장은 곧장 A양을 찾았다. A양은 투약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A양은 "40대 후반쯤 돼보이는 성인한테 공짜로 마약을 받아 투약했다"고 자백했다. 마약을 넘긴 피의자 신원은 금세 특정됐다. A양에게 인상착의가 유사한 주요 마약 전과자 몇 명을 보여주니 마약 투약?판매 등 다수 전과가 있는 50대 남성 B씨를 지목했다.

박 팀장은 약 1주일간의 추적 끝에 서울의 한 모텔에서 B씨를 검거했다. 검거된 B씨는 판매책이었다. B씨를 중심으로 수사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A양의 경우처럼 B씨로부터 직접 마약을 받은 이들뿐 아니라 B씨에게 마약을 받아 운반한 이들, B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밀반입책 등이 줄줄이 검거됐다.

2021년 4월쯤 시작된 수사는 약 2년만인 지난 3월 마무리됐다. 박 팀장은 A양과 B씨를 포함해 131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이중 B씨 등 19명이 구속됐다.

/사진=뉴시스

박 팀장은 A양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A양은 수사 초기 소년재판에 회부돼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다. 소년원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검거 직후부터 현재까지 2년간 힘겨운 단약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박 팀장은 가끔씩 잊지 않고 A양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마약 사범과 접촉하지 말고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한다. A양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그는 "성인이 된 A양이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박 팀장이 A양에게 이처럼 마음을 쓰는 이유는 마약 투약 사범의 끝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2019년 마약 판매?투약 혐의로 20대 여성 C씨를 검거한 일이 있다. C씨는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4월쯤 출소했다.

박 팀장은 C씨가 마약을 끊어낼 의지가 높아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랬기에 박 팀장은 C씨가 수감 생활을 할 때도 인터넷 편지를 보내며 격려했다. 출소 이후에도 연락하며 마약에서 벗어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출소 이후 5개월쯤 뒤 한 전화 통화에서 박 팀장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박 팀장은 "왜 그래요. 말투도 어눌하고 이상한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C씨는 전화를 끊어버린 뒤 박 팀장의 연락처를 차단했다고 한다. 이후 소식은 알지 못한다.

박 팀장은 "마약 투약 사범은 피의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말했다. 마약은 한번의 투약만으로도 중독에 이르기 쉽고 한번 빠지면 일상으로 회복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 투약 사범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해 집에 돌아오는 평범한 삶을 가장 부러워한다"며 "호기심에라도 절대 마약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의자이자 피해자인 마약 투약 사범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를 다하는 경찰로 남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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