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총 201 건
"처음 보는 남자들이 옆집에 계속 들락날락해요. " 지난해 5월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원룸촌.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한 주민이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이웃집에 낯선 남성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수상하다는 제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울산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 소속 심재민 경사는 곧바로 거주자 확인에 나섰고 문제의 집에 20대 남녀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여성 A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해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함께 살던 남성 B씨 역시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다. 경찰이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다만 밤이 되면 집 안에서 휴대전화 불빛과 TV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 경사는 누군가 집 안에 숨어 있다고 판단하고 그날부터 잠복을 시작했다. 사흘 뒤 A씨가 외출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심 경사는 B씨의 소재도 파악하기 위해 A씨에게 협조를 구했고, 또다시 나흘간 잠복한 끝에 B씨까지 검거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연인이자 공범이었다.
"제 얼굴에 합성된 나체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어요. "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 한 경찰서에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이 퍼진 곳은 이른바 '박제방'. 텔레그램에서 특정인의 신상정보나 성 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을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채널이다. 그동안 텔레그램 '박제방'은 익명성과 해외 서버를 무기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청 사이버성폭력수사3팀도 운영자 추적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국제 공조를 통해 확보한 계정 정보는 타인 명의 대포폰이었고, 접속 기록도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한 해외 IP로 확인됐다.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전형적인 사이버 범죄 수법이었다. 결국 수사3팀은 '신분 위장 수사'를 택했다. 담당 수사관인 권모 경사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 신분을 속여 텔레그램 범죄 현장에 숨어들었고 직접 박제방 운영자 A군(17)에게 접근했다. 권 경사는 "박제방은 불법 도박사이트와 유심 판매업체 등을 홍보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부터 3년 동안 경기 부천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242억원대 불법 대출이 이뤄졌다. 담보 부동산 매매가를 두 배로 부풀린 허위 계약서를 이용한 '가짜 대출'이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1계 4팀이 사건을 넘겨받은 건 사건이 발생한 후 2년이 지난 2024년 11월말이다. 같은해 9월 새마을금고 측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고, 피해 규모가 커 금융범죄수사대로 이관됐다. 강남욱 팀장(경감)은 "고소장에 적시된 피의자는 10명 내외였지만,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 추적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수사의 최대 난관은 '증거 확보'였다. 범행 시점이 오래 전이다보니 메신저 대화 등 핵심 증거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직접 전국 등기소를 찾아가 단서를 쫓았다. 지난해 3월 대전과 제주, 경기 수원·시흥·성남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허위 매매계약서를 확보했다. 이어 시행사 조사를 통해 계약서상 거래가가 실제보다 두 배 부풀려졌단 사실까지 확인했다. 수사는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 결과를 토대로 1년간 40여명을 조사했다.
"한 병에 900만원씩 드릴게요. 저희 병원장님이 드실 샤또마고 와인 좀 대신 구매해주시겠어요. " 식당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자신을 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단체 회식을 준비 중이라며 고가의 와인을 대신 구매해주면 차액을 남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솔깃한 제안 뒤에는 치밀하게 짜인 사기가 숨어 있었다. 병원 직원이라고 속인 조직원은 업주가 잘 모르는 품목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업주가 구매를 시도하면 판매상으로 가장한 또 다른 조직원이 접근해 주문을 받는다. 와인을 병당 550만원에 넘기겠다고 한다. 몇 병만 거래해도 수백만원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업주 마음이 흔들렸다. 와인은 오지 않았고 예약 손님도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물류 사고가 났다"는 말에 속아 추가 비용까지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피싱범죄 조직원들이 소상공인으로부터 약 52억원을 뜯어낸 '노쇼(예약 부도) 사기' 방식이다. 피해자들의 설움은 일부 조직원들이 붙잡히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병에 900만원씩 드릴게요. 저희 병원장님이 드실 샤또마고 와인 좀 대신 구매해주시겠어요. " 식당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자신을 병원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단체 회식을 준비 중이라며 고가의 와인을 대신 구매해주면 차액을 남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솔깃한 제안 뒤에는 치밀하게 짜인 사기가 숨어 있었다. 병원 직원이라고 속인 조직원은 업주가 잘 모르는 품목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업주가 구매를 시도하면 판매상으로 가장한 또 다른 조직원이 접근해 주문을 받는다. 와인을 병당 550만원에 넘기겠다고 한다. 몇 병만 거래해도 수백만원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업주 마음이 흔들렸다. 와인은 오지 않았고 예약 손님도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물류 사고가 났다"는 말에 속아 추가 비용까지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피싱범죄 조직원들이 소상공인으로부터 약 52억원을 뜯어낸 '노쇼(예약 부도) 사기' 방식이다. 피해자들의 설움은 일부 조직원들이 붙잡히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아요. " 지난달 7일 정오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파출소로 한 시민이 다급히 들어왔다. 그는 이미 보이스피싱범에게 한 차례 3000만원을 건넨 상황이라고 했다. 범인은 본인을 증권사 직원이라고 속이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보내라고 유도했다. 신고자는 "1시간 뒤 동대문세무서에서 만나 4000만원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순찰과 민원 대응이 중심인 파출소에서 잠복 수사에 나서는 일은 드물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청량리파출소 소속 박기동 경사(35)는 곧바로 팀원들과 사복으로 갈아입고 현장 잠복에 나섰다. 박 경사는 "날씨가 정말 추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경사는 "인근 경비실 등 현장을 지켜볼 수 있는 실내 공간도 있었지만 범인 도주를 대비해 길가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약속한 시간이 30분이 지나도록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경찰은 잠복이 들켰다고 판단했다. 철수를 준비하려는 순간 동대문세무서에 차를 주차한 한 남성이 신고자에게 접근했다. 신고자의 손짓을 본 박 경사는 현장을 덮쳤다.
범죄 신고부터 과태료 문의, 동네 순찰을 늘려달라는 민원까지 경찰서에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 챗봇이 24시간 접수받고 처리까지 돕는다. 민원 유형을 자동 분류해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하고 처리 결과도 회신한다. 범죄 피해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112 상황실에 연계해 신고를 유도한다. 경찰이 100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AI 역점 과제 '모두의 경찰관'이 목표대로 도입됐을 때 펼쳐질 풍경이다. 경찰청은 올해 치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필요한 데이터 확보·정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까지 국민신문고, 경찰민원24, 182 콜센터, 112 시스템 등 기존 민원·신고 체계와 연계한 AI 실증을 마칠 예정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출발점에는 이치화 경찰청 인공지능정책계장(사진)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 계장은 과거 일선서에서 근무하던 때 직원들이 밀려오는 민원에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서비스를 고안했다. 국가 지원 사업 선정을 위해 공모서 작성도 총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18일. 캄보디아 '웬치'(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수갑을 찬 채 줄줄이 걸어 나왔다. 호송 경찰관 190여명 투입된 대규모 송환 작전이었다. 이번 송환 작전의 중심엔 정수온 경찰청 동남아공조계장(48·경찰대 17기)이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만난 정 계장은 "국민적 관심도가 큰 상황이었다"며 "당시 한국인들의 빠른 송환을 위해 전세기까지 투입했는데 작전에 변수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정 계장은 차질 없는 송환을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비행기 내 환자가 발생하거나 난동 상황이 벌어질 것 등을 고려해 호송관이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순서까지 계획했다. 처음 호송에 동원된 경찰은 사전 교육도 진행했다. 피의자 증거물도 꼼꼼히 살폈다. 그는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피의자 신원 확인, 신체수색, 영장 집행까지 다 해야 했다"며 "(시간 내) 비행기가 못 뜨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2023년 4월 충북경찰청은 옥천군청 산림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부터 과학수사 지원을 요청받았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을 조사하던 중 발견한 실화 흔적을 분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수도권과 충청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옥천군에서는 축구장 119개 크기에 해당하는 85ha(헥타르, 85만㎡)가 불에 탔다. 충북청 과학수사계에서 근무하던 심갑용 경감(47)은 발화 지점 인근에서 특사경이 확보한 차량의 블랙박스 분석 및 복원에 나섰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만 100만 화소의 저해상도 영상이기에 이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심 경감은 일주일 만에 피의자 차량번호와 흡연 장면을 확보했다. 주요 영상 프레임의 노이즈를 일일이 개선하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는 "영상 확대 시 피사체 가장자리 주위에 진동성 무늬가 보이는 현상 등으로 인해 분석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여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고소장을 들고 경찰을 찾았을 때만 해도 사건은 임원 '개인의 일탈' 정도로 보였다. 서울 중구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사업자 대출 심사를 부실하게 해 배임을 했다는 취지였다. 고소 대상은 단 1명, 청구동금고 대출 담당 상무였다. 고소장을 넘겨받은 곳은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 금융수사팀. 이국재 금융수사팀장이 처음 들여다본 건 금고의 기초 숫자였다. 당시 경찰이 파악한 청구동금고 자산은 약 700억원 수준. 이 팀장은 "사업자대출이 1500억원 정도 나갔다. 자산을 한참 넘어선 것"이라며 "살펴볼 필요성이 있겠다고 봤다"고 회상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청구동금고에서 2022~2023년 사이 나간 사업자 대출 가운데 1109억원이 사실상 '가짜 대출'이었다. 브로커 조직 두 갈래가 청구동금고를 거점으로 벌인 불법 대출이었다. 경찰은 2년에 걸친 수사 끝에 상무를 비롯해 브로커, 중간 모집책, 명의대여자, 공인중개사 등 133명을 검찰에 송
동네 공원에 아이들이 돌아왔다. 서울 금천구 금하로 은행어린이공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기피 장소였다. 언제부턴가 주취자들이 모여 술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어린이공원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어린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놀이터로 되돌아왔다. 술 취한 채 누워 있던 이들은 공원 화단에 꽃을 심는다. 금천구 공원 환경이 개선된 배경에는 이현호 금천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의 노력이 있었다. 이 과장은 금천서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안전한 공원을 만드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공원을 주민과 어린이들이 아닌 주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주민들에게 공원을 돌려주기 위해 지역 사회와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금천서와 금천구청 등은 공원 내 주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음주환경문화 개선 협의체'를 꾸렸다. 5월에는 구청이 경찰의 의견을 반영해 관내 공원 3곳을 '금주공원'으로 지정했다. 금천서는 금주공원을 포함해 주취 신
지난 7월 60대 남성 A씨는 전 재산인 2억2000만원을 수표로 발행해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범죄에 연루됐으니 자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구속시키겠다"는 검사 사칭범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당시 A씨는 피싱 조직에 속아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한 상태였다. 때문에 피싱범이 A씨에게 전화를 걸면 휴대전화 화면에 검찰청 대표 번호가 적혔다. "비밀 수사니 보안을 유지하라"는 협박에 속은 A씨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수거책에 돈을 건넸다. A씨 신고를 접수한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팀은 즉시 수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수거책을 잡기 위해 범행 장소였던 지하철역과 인근에 설치된 모든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했다. 강력팀 소속 이병헌 경감도 수거책을 추적하며 밤을 지샜다. 이 경감은 "범행 현장엔 CCTV가 없어 범인의 인상착의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며 "역에서 수상하게 서성이던 여성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동경로를 따라 끈질기게 추적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