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과 지역소멸 위기 타개에 방점이 찍힌 인구정책은 이미 지방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된지 오래다. 전북 순창군도 마찬가지다. 1965년 10만명을 넘어선 인구가 2016년 3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2021년엔 전국 기초자치단체 229개 가운데 가장 인구감소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그런 순창군이 최근 눈여겨보는 지표가 있다. 바로 지역 내 중·고등학생 수다. 지난해 순창군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수(605명)는 중학생 수(592명)를 처음 앞질렀다. 보통 지방 소도시에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100~150명씩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이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로 떠나기 때문이다. 순창군이 역전된 중고생 수에 주목하는 이유다.
순창군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중학생 수보다 고등학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반적인 지방 소도시에선 보기 힘든 결과"라며 "중고생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이 우리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에선 옥천인재숙을 빼놓고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순창군은 2003년부터 옥천장학회를 통해 공립학원인 기숙사 형태의 옥천인재숙을 운영 중이다.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20년전부터 파격적인 대책을 추진한 것이다.
옥천인재숙은 지역 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중 매년 2차례 시험을 통해 총 200여명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합격하면 저녁 6시40분부터 밤 10시40분까지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 무료 수강이 가능하다. 과목당 4명씩인 총 12명의 강사들은 대부분 서울지역 대입학원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장학재단이 대부분 직접 채용했다. 연간 약 15억원이 운영비로 들어간다.
군 예산을 들여 공교육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에도 순창군은 지난 20년간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인재를 직접 키우기 위한 취지라고 주민들을 설득해왔다. 이젠 순창군민 대부분이 옥천인재숙 운영에 찬성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2017년엔 처음으로 서울대 의과대학에 합격한 졸업생이 나왔다. 지난해 19기 수료생 35명 중 34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경희대 의대와 서울·고려·연세대에 각 1명, 성균관대에도 3명이 입학했다.
올해 옥천인재숙을 거쳐 경희대 의예과에 입학한 김문수씨는 "유명 강사들의 인강(인터넷 강의)도 들어봤지만 옥천인재숙 강의 수준이 뒤처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순창군 외부지역에서 옥천인재숙에 오기 위해 전입한 친구들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엔 외지에서 옥천인재숙에 들어가기 위해 순창군으로 전입하는 학생들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순창군은 6개월 정도만 거주하고 옥천인재숙에 입소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조례까지 개정해 보호자와 학생의 정주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안병철 옥천인재숙 교무실장은 "수료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자주 찾아오고, 부모의 사교육비 지원이 없어 지역의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순창군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에선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청양군도 교육격차 해소가 저출산 문제와 밀접하다고 보고 지난 3월부터 온라인 지원학습 프로그램인 '청양탑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양군 내 초중고 재학생들은 청양탑클래스 플랫폼을 통해 교육콘텐츠 기업인 아이스크림홈런(초등), 온리원(중등), 대성마이맥(고등)에서 제공하는 유명 강사의 온라인 학습콘텐츠와 맞춤형 일대일(1:1) 멘토링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용하면 매달 약 10만~15만원이 들지만 청양군의 모든 학생들에겐 무료다. 여기에 학습진도율이나 온라인 멘토링 등 체계적인 관리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온라인 교육 사업은 청양군이 처음이다. 현재 초등학생 109명과 중학생 248명, 고등학생 154명이 '청양탑클래스'를 통해 공부 중이다. 청양군에 따르면 이용학생의 88%가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해당 사업예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배정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올해 96억원)의 일부(10억원)로 지원된다. 청양군은 우선 1년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향후 확대한단 계획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지역 인구의 타지역 전출을 막기 위해선 교육격차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청양탑클래스 플랫폼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여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 사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선 경상북도의 행보가 눈에 띈다. 경북도는 지난 3월부터 육아휴직자 발생 후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업무를 대행하는 직장동료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씩 총 18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나의 직장동료 크레딧 사업'을 시작했다. 경북도에 주소지를 둔 중소기업 중 상시근로자 3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이 대상이다. 육아휴직자는 눈치 보지 않고 회사를 쉴 수 있고, 업무대행자는 그만큼 소득이 늘어 호응이 높다. 경북도 내 직장인들 사이에서 반향이 크자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 소재 제조업체에 다니면서 육아휴직자를 대신해 업무를 맡고 있는 박모씨(35)는 "지역 중소기업에선 대체인력을 뽑기가 어려워 육아휴직자가 생기면 직장동료가 먼저 부담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육아휴직을 하게 되더라도 직장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할 것 같다고 느꼈고,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