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대구에서 출발했어요. 전날 오전 9시부터 곰탕 3000인분 준비해 가져왔습니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1번 게이트 앞. 흰색 밥차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났다. 정한교 아름다운동행봉사단 사랑의 짜장차 대표(63)가 국자로 곰탕이 타지 않도록 젓고 있었다.
정 대표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전남 무안군청에 봉사하고 싶다고 연락했다"며 "오늘 바람도 많이 불고 날이 춥다. 유족들 마음은 더 추울 거 같다. 따뜻한 음식으로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어 16시간 푹 곤 곰탕에 밥과 김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3일째인 31일 유가족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원모 전남이주여성상담소 소장(49)은 직원들과 함께 생필품 등을 챙겨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전날 일대 마트를 샅샅이 뒤져 치약과 칫솔 등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마련했다.
원 소장은 "희생자 중 태국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태국어를 할 수 있는 통·번역 지원 활동가도 함께 왔다"며 "당장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하더라도 언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남이주여성상담소 직원들도 흔쾌히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원 소장은 "밤까지 일해도 괜찮다며 나온 직원도 있고 휴가인데도 현장에 온 직원도 있다"며 "유가족을 보면 아무 말도 안 나올 만큼 마음이 아프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24시간 무안국제공항에 상주하며 유족들을 돕는 이들도 있다. 전라남도자원봉사 센터 직원 김모씨(42)는 "0시30분까지 있다가 교대한 후 오전 7시에 다시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밤에도 간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며 "봉사하면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인 가족도 사정이 생겨서 여행에 동참하지 못했는데 해당 모임 참여자분들이 이번에 사고를 당하셨다고 한다"며 "지역사회라서 한·두 다리 건너면 (희생자들 중) 아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속 김모씨(42)는 전날 자원봉사단과 함께 내려왔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두세달 정도 현장에 머무르며 유가족을 지원했다"며 "무안 참사 유가족분들 얼굴을 보거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어린 남자아이와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부스에 찾아오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유가족분들이 걱정됐는데 음식이나 물품을 생각보다 많이 가져가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의행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소속 목사(58)는 무안국제공항 2층 3번 게이트 앞에 마련된 부스 앞에서 '먹고 힘내세요'라는 말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는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이 말을 전하고 있다"며 "무안지역에 있는 목사 30~40명이 함께 물품 등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에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로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 당국은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이들을 제외한 탑승자 179명은 사망자로 판명됐다. 숨진 승객 가운데 2명은 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