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자원봉사단체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가 철거 위기를 넘겼더니 이번엔 불황 여파를 겪고 있다. 증축 공사 문제로 받은 철거명령은 해소됐지만 기업과 기관 후원금이 크게 줄면서 운영 위기에 직면했다. 줄어든 기업과 기관 후원금을 개인 후원자들이 메웠다.
5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밥퍼 식당은 500인분 점심 식사 준비로 부산했다.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밥퍼'라고 적힌 주황색 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재료를 다듬었다. 출입문 밖 트럭에는 배추, 당근 등 야채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이날 메뉴는 흑미밥에 부대찌개와 도라지무침, 어묵볶음, 김치다. 봉사자들은 역할을 나눠 음식 재료를 손질했다. 칼질 담당인 김모씨(63)는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나도 언젠가 밥을 못 먹는 상황이 오면 이런 곳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6년째 봉사 중인 김씨는 "손녀가 중학교에 가고 사춘기가 오기 전에 같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주방장 김모씨(64)는 2년 전부터 전임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지하철 기관사로 30년 이상 재직했다. 그는 "원래 기관사로 일했을 때도 요리를 좋아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배고픈 사람에게 밥 주는 일이 최고'라고 말씀했던 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밥퍼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과 점심 무료급식을 진행한다. 아침 식사는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점심 식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노인과 노숙자 등 500여명이 밥퍼를 찾는다.
이들에게 밥퍼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60대 이모씨는 "노숙자나 우리한테 이렇게 밥 주는 곳이 또 있겠냐"며 "밥퍼는 같이 밥 먹는 식구들도 만나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모씨(85)는 "다른 밥 주는 곳을 알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다"며 "여기에서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밥퍼는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건물 증축 공사 문제와 관련해 동대문구청과 벌인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더 큰 문제는 후원금이 크게 줄어든 것. 매달 30만원씩 보냈던 한 정부기관의 후원이 끊겼을 정도다. 김미경 밥퍼 부본부장은 "재작년에 비해 후원금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올해 같은 경우 2월까지 기업 후원금이 하나도 없어서 경기 한파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줄었는데 공과금은 20% 정도 올랐다. 고물가까지 겹쳐 재룟값을 감당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증축 공사 중단으로 매달 70만원이 나가는 화장실 대여비도 큰 부담이다.
개인 후원자들이 늘어난 건 고무적이다. 밥퍼 후원금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1만원씩 소액 후원하는 이들이 늘었다. 청량리 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들은 재료를 후원한다. 건물 앞에 재료를 몰래 두고 가는 이들도 있다.
김 부본부장은 "야채 농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이 있는데 배추와 시금치를 가져다 놓았다"며 "봄이 지나면 혹서기가 다가올 텐데 어르신들이 시원하고 건강하게 밥퍼에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