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남기고 사라져도 "공문부터"…한강CCTV, 극단선택 못 막은 이유

박상혁 기자, 김미루 기자
2025.03.10 10:29

[MT리포트]있으나마나한 CCTV②사고 때 공조 받으려면 직접 방문·공문 제출 등 필요

[편집자주] 학교 내에도, 길에도 곳곳에 CCTV다. 하지만 정작 사고땐 무용지물이다. CCTV를 보려면 공문부터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CCTV를 늘리는 것보다 지금 있는 CCTV를 제대로 활용해도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한 서울 시민이 서울시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 앉아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정오쯤 "A씨가 유서를 남기고 나갔다"는 가족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A씨가 동호대교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 인근에는 수많은 CCTV(폐쇄회로TV)가 있지만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방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복잡한 영상 열람 절차를 거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신고 1시간 반 뒤 숨진 채 발견됐다.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 시도가 늘어나면서 한강 인근 CCTV 대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사건·사고 발생 시 관계기관 간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김기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2020~2023년) 동안 한강 교량에서 발생한 극단적 선택 시도 건수는 △2020년 474건 △2021년 626건 △2022년 1000건 △2023년 1035건으로 3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서울시는 급증하는 한강 극단적 선택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한강공원 내 CCTV를 크게 늘렸다. 2021년 505대에서 올해 3월 기준 1143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CCTV 관리 주체는 서울시 산하 미래한강본부다. 미래한강본부는 한강 곳곳에 위치한 안내센터들과 협력해 CCTV 영상 정보를 관리한다.

하지만 사건·사고 발생 시 경찰과 즉각적인 공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해당 지역 CCTV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통합관제센터와 달리 미래한강본부는 △직접 방문 △공문 제출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A씨 사례처럼 극단적 선택 시도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도 실시간 영상 자료 공유가 불가능한 구조다. 극단적 선택 시도 대응에서는 1000대가 넘는 한강 CCTV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리에서 사람이 투신하려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한강 CCTV는 미래한강본부에 직접 찾아가 공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다"며 "미래한강본부도 통합관제센터와 연계된다면 구조와 수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강본부 자체적으로 한강 CCTV를 활용해 극단적 선택 시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미래한강본부 한강보안관이 순찰 중에 자살 기도 의심 사례가 있으면 경찰·소방에 신고하기도 하지만 CCTV 모니터링으로 상황을 포착해 경찰·소방에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은 현재까지 없다"며 "영상 채증이나 열람이 필요하면 공문이 있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 작업을 추진중이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CCTV로 자살 기도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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